십자가를 진다는 의미
믿음은 내가 죽고 내 안에 주님이 사시도록 모시는 것이다. 주님이 아닌 나를 내세우며 주장하는 것은 아직도 나를 십자가에 못 박지 못한 것이다. 나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지 못한 사람들은 그리스도가 인도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욕심에 이끌리어 사는 사람들이다. 내가 죽었다는 것은 나를 포기하고 하나님의 뜻을 위하여 사는 것을 의미한다. 수없이 짓는 죄악들과 혈기와 교만도 고집도 욕심도 다 내던질 수 있어야 십자가에 못 박았다 할 것이다. 십자가는 고통이다. 견딜 수 없는 아픔이요 죽음이다. 고난 없이 십자가에 나를 못 박았다 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공동체 속에서 자기의 목소리만을 내는 사람들은 아직 십자가가 무엇인지를 모른다. 진정으로 믿는 자들에게는 주를 위하여 산다는 말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믿는 나는 이미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다. 주께서 나와 함께 살아 주시도록 모셔드리는 것이 주를 위한 일이다. 주님의 뜻대로 산다는 것은 주님의 기쁨이 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주를 사랑하는 자는 주님 때문에 아파도 하고 기뻐도 하고 눈물도 흘리기도 하며 동거 동락한다. 조그마한 어려움이나 손해 앞에서 괴로워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주님께 맡기고 살 수 있어야 십자가의 그늘 아래서 사는 사람이다. 주님은 일찍이 말씀하셨다. 너에 있는 모든 것을 팔아 가난한 자에게 나누어 주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믿음이 없어서 그것을 하지 못하고 근심하며 돌아간 청년의 모습이 오늘의 내가 아닌가? 형제의 짐을 함께 나누어지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지 않는 것이다. 십자가는 힘들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십자가의 길이다. 최후의 만찬은 주님의 쓴잔을 먹고 마시면서 십자가를 지기 위한 결단이었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며 서로 사랑하기 위한 결의를 다지는 모임이었다. 믿는 그대여! 주님의 십자가를 지기 위한 결단을 하며 오늘도 그 길을 가겠다는 각오로 새날을 시작하였는가? 십자가를 진다는 의미는 내가 죽어지고 썩어져서 많은 열매를 맺는 한 알의 밀알이 되는 것이다. -봉민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