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을 미리 볼 수 있다면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광분하는 사람들
잘 알려진 대로 빙산은 아주 작은 부분만 밖으로 드러나고, 나머지 대부분은 물에 잠겨 있다. 그래서 보이지 않고 무시되기 쉽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이라면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판단하지 않고 90% 이상의 나머지 부분을 볼 수 있어야 하고, 그 나머지를 보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요즘 대통령의 계엄과 그로 인한 탄핵소추안 결의로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민주화가 만개한 대한민국에서 유신 독재 시절에나 가능했을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언론에는 ‘내란 수괴’ 또는 ‘내란죄 피의자’라는 표현으로 도배가 되고 있고, 이런 언론에 공감하는 시민들은 빨리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가득한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이 혹시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전체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빙산의 본체를 볼 수 있는 혜안을 지닌 성숙한 사회
대부분의 동물은 무리를 지어 살고, 무리에서 떠나는 순간 적의 표적이 되어 죽임을 당할 수 있다. 그래서 동물은 반드시 무리에 속하려 한다. 인간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언론에서 떠들고 대부분의 사람이 거기에 동조하는 상황에서 “그게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또는 “다른 측면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사람은 ‘극우’, ‘꼴통 보수’, ‘무뇌 인간’이란 평을 받으면서 엄청난 무시와 핍박을 당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잘못된 방향의 집단 여론이라는 것이 형성될 수 있다. 히틀러 당시 독일 사회에서 독일 국민 전체가 이런 광풍에 휘말려 들었고, 그 결과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를 불행으로 몰아넣었다. 모든 사람이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광분할 때, 왕따가 될 수 있지만 차분하게 앉아 빙산의 본체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혜안을 지닌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런 사회가 성숙한 사회다.
내란인가, 구국의 결단인가?
윤 대통령의 계엄을 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내란이요, 다른 하나는 구국의 결단이다. 대통령의 담화문을 보면 ‘행정과 사법의 정상적인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과 ‘선관위의 부실 관리 문제 진상 규명’ 등이 계엄의 원인으로 제시된 것 같다. 즉 정상적인 작동이 불가능한 나라를 구하기 위한 구국의 결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과 야당 등의 생각에는 이런 것은 다 그럴듯한 명분일 뿐이고, 궁지에 몰린 대통령이 살 길을 찾아 내란을 일으킨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런데 계엄은 국회의원 과반수의 해제 요구가 있으면 해제해야 하므로 계엄의 성공 가능성은 어차피 제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계엄은 대통령 자신을 더 큰 위기로 몰고 탄핵 가능성을 높이는 행동이었다. 따라서 사람의 마음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것은 유익도 없고 위험한 내란이기보다는 비정상으로 치닫는 나라를 구하기 위한 구국의 결단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 치 앞을 미리 볼 수 있는 성숙한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기대
계엄은 끝났고, 이제 대통령의 탄핵 여부만 남았다. 계엄은 그 동기가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많은 혼란과 피해가 일어났고, 지금도 대한민국은 혼란의 소용돌이 가운데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한번 문제가 일어났다 해도 그것을 좋은 방향으로 수습하는 결정할 수도 있고, 그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의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그 선택의 기로 앞에 놓여 있다. 앞날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조금만 눈을 열어 한 치 앞을 내다보면 대통령의 탄핵은 곧 친중 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친중이란 곧 대한민국이 중국의 영향 아래 놓이는 것을 의미하고, 대한민국이 중국의 이익을 위해 착취당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친중 정권이 들어서면 소수 특정 권력층은 장기 집권과 엄청난 혜택을 누릴 수 있겠지만, 국민 대다수는 지옥으로 떨어짐을 의미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말을 하면, 공연한 염려이고 음모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철저한 통제 사회인 현재의 중국을 보라. 그 모습이 내일의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볼 수 있어야 한다. 계엄이라는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언론에 휩쓸려 광분하지 말고, 차분히 앉아 탄핵이 도대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국민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안승오 교수(영남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