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이단연구학회(회장 유영권 목사) 제 2회 정기학술대회에서 김영호 박사(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신약학 교수)는 ‘KJV의 역사와 출현배경과 그 의미’를 주제로 제 2발제를 맡았고 이은선 박사(안양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장로교신학회 회장)가 논평했다.
김영호 박사는 킹제임스성경의 탄생 배경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왜 성경에 ‘하나님’이 아닌 ‘제임스 왕’의 이름이 있을까? 김 박사는 킹제임스성경이 복잡다단한 정치적 배경 속에서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첫째,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후계자 없이 사망하자 스코틀랜드의 왕이자 엄격한 장로교인으로 성장한 제임스6세가 잉글랜드 왕을 이어 받는다. 스코틀랜드에선 제임스6세였지만 잉글랜드의 왕이 되면서 제임스 1세로 불리게 됐다. 잉글랜드왕은 아일랜드 왕을 겸했기 때문에 제임스1세는 자연스레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아일랜드 세 왕국의 국왕이 됐다. 세 왕국의 국왕이 되면서 제임스 왕은 약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둘째, 영국의 청교도 목회자 1천여명이 천인청원을 하며 국교회 의식을 개혁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가톨릭의 잔재를 어느 정도 용인해온 국교회의 경우 청교도들의 개혁 의지에 저항하고자 했다. 이 양자 사이에서 제임스왕은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다가 정치적 견제를 받기보다 균형을 맞추기 원하는 상황이었다.
셋째, 이런 가운데 1604년 1월 국교회 주교, 개신교의 청교도들을 불러 햄프턴 궁정회의를 열었고 두 번째 날, 제임스 왕은 새로운 번역 성경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받는다.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성경은 도시공화국에서 만들어진 제네바성경이었다. 제임스 왕은 공화정에서 비롯된 성경이 왕정을 추구하는 잉글랜드에 부적절하다고 판단, 왕권강화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성경을 번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54명의 학자들에게 이를 위임해서 왕명으로 번역하게 한 것이다.
기초적인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1. 두 대학(옥스포드와 캠브리지)에서 가장 박식한 학자들이 참여할 것.
2. 감독과 다른 교회의 성직자들이 개정할 것.
3. 그 결과물을 추밀원(17세기 영국의 군주의 자문 기관)에 제출할 것.
4. 최종본을 제임스 1세 자신이 통과시킬 것.
5. 킹제임스성경의 최종본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세 왕국의 국왕인 제임스가 최종 통과시킨다.
이 배경을 설명하며 김 박사는 “처음부터 청교도, 영국 국교회가 모두 참여하여 기획하고 영어를 쓰는 사람들의 성경으로 번역했다”며 “제임스 왕이 편찬을 지원하고 대규모로 인쇄하여 빠르게 보급함으로써 영국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영향을 미쳤고 미국으로 건너간 청교도들이 이 성경을 들고 가 새로운 땅에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영국과 미대륙에서 수세기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번역본이자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박사는 “킹제임스성경이 유일하게 영감된 성경이라는 주장은 KJV 우상화”라며 “킹제임스성경은 원본도 사본도 아닌 번역본인데 KJV만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신학 착오적이다”고 비판했다.
김 박사의 논문을 논평한 이은선 박사(안양대학교 명예교수)는 “KJV 성경이 번역되는 배경과 과정과 의의를 아주 깊이 있고 명료하게 설명해 줬다”며 다만 “킹제임스 성경이 가진 한계와 문제점을 설득력있게 제시하여 이 성경의 권위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오류를 좀 더 잘 드러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KJV가 정치적 상황 가운데 인간의 노력으로 번역되는 과정을 설명하긴 했는데 실제 킹제임스성경이 갖는 번역상의 오류를 지적하는 점에서는 미흡하다는 아쉬움이었다.
한편 KJV 유일주의자들은 하나님께서 오류없이 보존하신 성경 KJV와 사탄과 마귀가 살짝살짝 변개한 성경인 천주교 성경이 있다고 비교한다. 또한 1881년 헬라어 성경을 출간한 이후 편찬한 수많은 성경 번역서에 영향을 미친 웨스트 코트와 호르트에 대해 비신앙인에 천주교 편향적이라고 비난하고 폄하해 왔다. 그러나 그런 기준이라면 킹제임스 성경도 자유롭지 못하다. 형식적인 면에서 천주교를 거의 답습해온 영국국교회의 주교 리차드 뱅크로프트가 킹제임스 성경 번역의 총감독이었다는 점, 그리고 다름아닌 킹제임스 성경의 최종 결정권자인 제임스1세가 유명한 동성애자였다는 점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할 것이다. 실제 그렇지는 않지만 만일 이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는 본인이 동성애자라면 이 영상을 봐야할 것인가?
그러나 KJV유일주의자들은 다른 성경 번역서들의 번역자들의 문제점과 비신앙성은 비난하면서도 KJV의 번역자들, 특히 동성애자로 유명한 제임스왕의 실체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는 점은 논리적 기준과 균형을 갖추지 못한 관점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