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10-24 19:05
성서에 나타난 인신제사와 식인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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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웹섬김이
조회 : 47  

성서에 나타난 인신제사와 식인 풍습


콜럼버스가 남미 대륙에 상륙한 뒤 식인주의라는 말이 생겨났다. 스페인 포르투갈 정복자들이 원주민을 마구 노예로 부리는 일이 심해지자 교회는 그것을 막았다 노동력이 부족해진 정복자들은 원주민 중 일부를 식인종으로 몰아 그들은 교화의 가치가 없는 다시말해 함부로 다루어도 되는 존재로 생각하면서 식인종이라는 서사가 등장했다.

하지만 사람을 먹는다는 소문만 있지 당시 침략자들 누구도 직접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소문에 의존할 뿐이었다. 어쩌면 그 소문은 침략자들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식인 풍습이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최근 네플릭스 다큐멘터리에 보면 네안데르탈인의 유적에서도 식인의 풍습은 발견된다고 한다. 먹는 이유는 다양하다. 전쟁을 치른 후 적대감에서 먹을 수도 있고, 사랑하는 가족을 계속 간직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식인종 즉 Cannibal의 어원은 명확하지 않다. 예수의 성육신을 의미하는 incarnation에는 R이 있는 반면 식인주의(Cannibalism)에는 R이 없다. 그러니까 육체를 뜻하는 Carn에서 왔다고 보기도 어렵다. 몽골의 Great Khan에서 왔다는 말도 있다. 유럽을 스치고 간 몽골의 위세와 그에 대한 세계의 트라우마는 무시무시했다는 방증이다. 심지어는 개를 의미하는 라틴어 canis에서 왔다는 주장도 있다. 서양언어에서 식인이 등장한 것은 콜럼버스 이후 즉 16세기 이후부터라는 점에서 다. 이 단어가 침략자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은 틀림없다. 18세기 후반부터는 동물들이 같은 종을 먹는 행위에도 사용되었다.

카니발은 Cain과 Abel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있다. 이 두 이름을 붙여쓰면 Cainabel 즉 카니발과 비슷하다는 상상이다. 이런 황당한 주장이 있을만큼 어원은 불투명하다.

하지만 이런 황당한 어원설과 달리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에서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인신제사냐 아니냐의 논쟁은 충분히 가능하다. 여러 제사에서 희생제물을 함께 먹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렇다면 구약성경 창세기 4장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에서 인신제사와 식인 풍습과의 관련성을 의심해 볼 수도 있다.

농사를 짓던 카인의 제사는 하나님이 받지 않고 사냥을 하던 아벨의 제사는 받아들여지자 이에 분노한 카인이 동생을 죽인다. 인류학적으로 이 사건은 수렵공동체에서 농경공동체로의 전환을 상징한다. 한 공동체가 제사를 드릴 때는 함께 드리는 것이 원칙인데 카인과 아벨은 각각의 제사를 드렸다는 데서 이미 그들의 공동체가 깨어져 있었다는 것, 즉 적대적 관계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12000년 전 농업혁명이 일어나던 시절의 설화다.

이 일로 농사를 짓던 카인은 떠도는 신세가 되었으니 다시말해 정착해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사람이 그 터전을 잃어버린 형벌을 받은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의 호모 사케르(Homo Sacer) 개념이 생각난다. 호모사케르는 직역하면 신성한 생명이란 뜻이지만 희생제물로 바치는 것은 금지되지만 그를 죽이더라도 살인죄로 처벌받지는 않는 자들을 의미한다. 아감벤은 오늘날의 호모 사케르를 난민, 도시 빈민 등 여러 형태의 추방된 자들을 호명하는 데 사용한다. 그런 점에서 아벨은 유목민으로서 그 사회에 들어온 난민으로 볼 수 있다. 하나님이 사회적 약자인 그의 제사를 받아들이자 원주민 카인이 분노해서 그를 죽여 버렸다. 카인이 속했던 공동체 질서로는 제물로 바칠 가치조차 없었기에 아벨을 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로 바치려다가 번복된 사건은 인류학적으로 인신제사의 종결을 의미한다. 당시 가나안 족에는 사람을 제물로 드리는 인신제사가 있었는데 아브라함이 이걸 끊어 냈다는 것이다. 창세기를 읽다 보면 모리아산까지 며칠을 걸려 제사를 드리러 갈 때 아브라함과 이삭은 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이삭은 이미 자신이 제물로 바쳐질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산에 거의 다 와서 이삭은 양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 재확인이 절차이다. 그 상황에서도 이삭은 당황하지 않는다 실제로 가나안 지역에는 아들을 제물로 바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스신화 오이디프스 이야기에서 오이디프스가 버려지는 것도 라이오스 왕이 왕권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제물이었다. 자식이 많던 시절 자식들간의 경쟁을 통제하고 부왕에 대한 도전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그렇게 했을 것이다. 아브라함은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나님이 이삭을 위해 준비해 놓은 양은 창세기 22장 이곳에서 ‘희생양’의 의미로 처음 쓰인다. 창세기 15장에도 양이 나오지만 숫 양으로 희생의 의미보다는 제사를 받아들이는 하나님의 임재를 보여주는 도구였다. 그런데 히브리어 원어는 두 양(15장,22장)이 같은데 KJV, NIV에서는 15장에서는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양인 ram으로 쓰이고 22장에서는 어린 양 Lamb로 쓰이고 있다. 영어 성경의 번역자들도 이 곳의 양을 희생양으로 표현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르네 지라르(René́ Girard)의 희생양 메카니즘이란 폭력적 성향의 집단적 전이현상으로서, 공동체가 갈등으로 인하여 와해될 위기에 처하게 될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서로에 대한 증오심을 힘없는 개인이나 소수 집단에게 쏟아 부어 공동체 내부의 긴장과 불만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아브라함과 이삭은 주변 세계에 흔하던 부자간의 갈등을 제 3의 희생양을 통해 풀었던 것이다.

사사기 11장 사사 입다(Jephthah)의 딸이야기도 인신제사와 관계가 있다. 아브라함 이삭 사건에서 인신제사가 폐기되지 않고 사사시대에 되풀이 된 흔적이 나왔다는 말이다. 사사가 된 입다는 본래 건달출신으로 기생출신 여성을 어머니로 둔 사람인데 그는 얼떨결에 사사가 되어 암몬과의 전쟁을 수행한다. 전쟁에 나서기 전 겁에 질린 그는 전쟁에 이겨 집에 돌아 오게 된다면 제일 처음 나타나는 사람을 희생제물로 바치기로 서약한다. 그런데 외동딸이 아버지를 환영하러 나오는 참사가 일어났다. 그는 뒤늦게 후회했지만 딸은 묵묵히 받아 들인다. 다만 며칠 시간을 달라하여 산을 돌아다니며 통곡의 시간을 갖는다.

이삭과 입다의 딸을 비교할 때 남자인 이삭은 살려 주고 입다의 딸은 제물로 바친 이야기에서 페미니즘 신학의 출발에 이 사건은 크게 기여했다. 입다의 딸은 심지어 성경에 이름도 익명으로 처리될 정도로 성차별적이다.

이처럼 성경에는 인신제사의 이야기는 있어도 식인을 직접 언급하는 경우는 없다. 열왕기하 6장에 전쟁통에 굶주린 두 어머니가 각각의 아이를 먹기로 했다가 한 쪽 어머니가 약속을 깨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극단의 상황일 뿐이다.

오히려 식인이 문제가 된 것은 초대교회 때였다. 초대 교회 교인들이 성찬을 나눌 때 피라는 말이 로마 제국의 감시자들에게 포착되어서 기독교인들은 식인종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스 로마 지역의 동물 제사를 ‘뛰시아(Thysia)’로 불렀다. 제사가 끝나면 피는 버리고 함께 고기를 나누어 먹었다. 따라서 살과 피가 함께 거론된 것은 로마인들에게도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로마의 풍습을 잘 알고 있던 바울은 왜 위험하게 피를 강조했을까? ‘속죄’, ‘십자가’, ‘피’가 바울 신학의 핵심 같지만 실제로 바울서신에서 속죄와 피를 언급한 부분은13회 뿐이다. 오히려 4복음서에 38회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바울이 피를 조심스레 거론한 것이 바울 서신 이후에 쓰여진 복음서의 저자들이 차용했다고 볼 수도 있다

오병이어의 기적 이후 예수는 자신을 살아 있는 빵에 비유했다. 이를 듣고 유대인들은 "이 사람이 어떻게 우리에게 자기 살을 먹으라고 줄 수 있을까?"(요한복음 6:52)라고 의아해 했다. 우리가 식인종으로 보이냐? 같은 질문인거다. 게다가 “내 살은 참 양식이요, 내 피는 참 음료이다”라는 구절에 이르면 피에 민감한 유대인들은 몸서리를 쳤을 것이다.

바울이 피를 강조한 것은 선뜻 이해되지 않지만 피를 공감의 상징으로 여기지 않았을까? 살은 소화되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혈관을 통한 수혈이 없던 당시에 피를 마시면 그대로 피로 남는다는 생각이 가능했을터이니 말이다. 고대시대 히브리 여성들은 입다의 딸을 기리며 며칠 씩 산에서 통곡하는 의례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도 공감아닐까?

밴더빌트 대학의 베스 콩클린(Beth A Conklin)은 2010년에 펴낸 ‘Consuming Grief Compassionate Cannibalism in an Amazonian Society’에서 아마존 열대 우림의 와리(Wari)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 베스 교수에 의하면 와리족은 1960년대까지 식인풍습을 갖고 있다가 선교사들에 의해 중단되었다고 하는데 이 역시 앞서 말한 것처럼 그가 직접 본 것이 아니다. 1985년에서 2000년까지 식인 풍습을 가지고 있던 와리족 노인들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라고 하지만 이것 역시 다른 식인 연구가들의 주장과는 차이나는 부분이 많다. 또한 식인이라고 할 때 산 사람을 잡아 먹는 것인지, 시체를 처리하는 방식인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산 사람을 불에 태우는 인신제의가 훨씬 잔인하다고 볼 수 있다.

베스 교수의 이야기 중 귀기울만한 것은 ‘슬픔을 먹는 것’(consuming grief)’이라는 책 제목이다. 와리족이 행하는 장례에서의 식인은 죽은 자에 대한 애정과 존경의 표현이며, 남은 사람들이 슬픔을 달래기 위한 의식이라고 말한다. 죽은 자의 몸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을 먹는 것이다.

영화 ‘양들의 침묵’(감독 조나단 드미, 1991년)에서 한니발 렉터 박사는 식인의사였다. 그의 이름은 칸니발(식인종)에서 나왔다. '양들의 침묵 '프리퀄인 ‘한니발 라이징’(피터 웨버 감독, 2007년)에는 렉터가 왜 식인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가 나온다. 2차 대전 중 동생 이 독일군에게 잡혀 먹히고 있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 트라우마로 남으면서 사람들을 잡아 먹는다. 렉터는 동생 미샤의 슬픔을 먹을 수 조차 없었기에 애먼 사람을 먹으며 복수심과 공감을 함께 장착한 인물이다. 잔인한 렉터이지만 ‘양들의 침묵’에서 조디 포스터가 맡았던 여성 수사관에 대해서는 한없는 공감 능력을 보여준 것이 그 예다. 

 

따라서 극한 상황에서 식인은 있었겠지만 어떤 종족을 가리켜 식인종이라 부를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오늘날도 은유적으로 식인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윤이는 물질의 신에게 희생제물로 바쳐지고 있다. 과로로 기계에 말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다. 지휘관의 과시욕 출세욕의 제단에 한 젊은 해병이 제물로 바쳐졌다. 이런 사회에서 희생된 제물들이 겪었던 슬픔을 함께 먹는 것으로 식인을 승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1900년대 초반부터 남미의 예술가 학자들은 서구인들에게 그들에게 덧씌운 식인의 이미지를 회피하기 보다는 식인주의라는 장르를 개발해 서구인들을 조롱하면서 새로운 문화현상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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