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에 관한 간단한 고찰 헬라어 신약 성경에서 일반적으로 ‘회개’를 뜻하는 낱말은 동사형 μετανοεω (‘메타노에오’), 명사형 μετανοια (‘메타노이아’)이다. 헬라어에서 이 낱말은 ① ‘뒤늦게 알아내다’, ② ‘마음, 생각, 견해 등을 바꾸다’, ③ ‘후회하다’ 등의 뜻을 담고 있다. 신약 성경에서 이 낱말은 다분히 구약적 뉘앙스를 함축하여 사용된다. 따라서 신약 성경에서의 이 낱말의 의미론적 고찰을 위하여 헬라어 차원에서의 어원학적 고찰만으로는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배경이 되는 구약에서 이 낱말의 상대가 되는 히브리어 낱말을 찾아 그 용례를 분석함이 올바른 방법론이라고 하겠다. 신약 성경의 ‘회개’와 가장 가까운 구약의 낱말은 히브리어 בושׁ(‘슈브’)이다. ‘돌이키다, 돌아오다’라는 뜻의 이 동사는 히브리어 구약 성경에 총 1,059회 나타나는데, 그중 약 51회의 경우 ‘회개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용례들을 분석해볼 경우, 일반적으로 ‘하나님을 떠난 자’가 ‘회개’의 대상자이며 (예레미야8:5 참조), ‘악한 길을 떠나서’라는 문구 내지 이와 유사한 문구와 더불어 사용된 경우가 많다 (왕하17:13; 대하6:26; 이사야31:6; 예레미야18:11; 25:5; 35:15; 44:5; 에스겔13:22; 14:6; 18:23, 30; 33:9, 11, 12, 14; 스가랴1:4; 욥기36:10 등). 그리고 ‘슈브’와 ‘마음을 다하여’가 결합한 ‘마음을 다하여 돌아오다’라는 문구도 자주 나타나는 편이다 (삼상7:3; 왕상8:48; 왕하23:25; 대하6:38; 요엘2:12). 이상의 용례를 종합하여 볼 때, 구약 성경의 ‘회개’란 하나님을 떠나 악한 길로 행하던 자가 이제까지 가던 길의 방향을 180도 바꾸어 정반대 방향인 하나님께로 돌이키는 (또는, ‘돌아가는’) 것을 가리킨다고 하겠다. 단순히 생각만을 바꾸는 것은 성경에서 말하는 회개가 아니다. 어느 새 교인이 교리 학습을 통하여 사상을 무장한다고 하여 그가 회개하였다고 간주할 수는 없다. 단순히 악한 길을 떠난다고 해서 온전한 회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이 아무리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불의한 길을 피한다고 하여서 하나님의 인정을 받는 회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진정한 회개는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것’이다. 다른 말로 사람의 생각과 행실의 방향을 전적으로 창조주 하나님께로만 맟추어 두는 것이 회개이다. 헬라어의 ‘메타노에오’ (μετανοεω = 전치사 μετα + 명사 νους와 관련된 동사형 νοεω )와는 달리 히브리어 동사 ‘슈브’는 단순히 ‘돌이키다, 돌아오다’라는 뜻을 갖기 때문에, 구약 성경에서는 얼마든지 하나님의 ‘슈브’에 대하여도 언급할 수 있다. 하나님을 떠났던 피조물 인간이 조물주 하나님께로 ‘돌아올’ 때, 하나님 역시 인간에게로 ‘돌아오신다’. 다음 구절은 이와 같은 ‘하나님의 돌이키심’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내게로 돌아오라. 그리하면 나도 너희에게로 돌아가리라” (말라기3:7; 이 외에도 스가랴1:3; 예레미야12:15; 미가7:1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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