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처음에는 젊은 죠지 뮬러에게는 그러한 생각을 한다는 것이 터무니 없는
것으로 보였다. 터무니 없고 대담하며 약간 정신나간 짓처럼 보였다. 음식과
학비를 하나님께 구한다? 아직 학교에 다니는 21세난 학생이 무슨 권리로, 그런
모든 것을 하나님께 구해야 한단 말인가? 가뜩이나 그처럼 처량한 요구를!
그러나 그는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첫 주간 동안 학교에서
돌아올 때마다 얼마간의 돈을 벌 기회를 찾음으로써 그러한 생각은 지속되었다.
그가 봄에 에르머가르데를 단념해 버린 후, 하나님께서는 그가 무릎을 꿇고
기도할 때마다 다시금 매우 실제적이셨다. 실제적이시고 거의 모든 일에 대하여
말씀해 주시는 듯 친밀하셨다. 그와 같이 불합리한 생각이 그의 마음 속에
술렁거렸다.
어느 날 아침, 그의 하숙방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커피잔과 비스켓을 옆으로
치운 후, 무릎을 꿇고 그의 양쪽 소느로는 여윈 얼굴을 받치고 팔꿈치는 책상
의자 위에 치켜 받쳤다.
그는 숨김없이 큰 소리로 말했다. 하나님, 하나님께서는 제가 무엇을 해
왔으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정확히 아십니다. 저는 방세를 지불하고,
밥을 사 먹고, 책을 사고, 다음 학기에 지불할 등록금이 필요합니다. 하나님,
저는 그러한 돈을 얻기 위해 하나님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뜻하시는
시간에, 하나님께서 뜻하시는 방법으로 저의 소원을 이루어 주옵소서. 저는
기다리겠습니다. 그는 귀를 기울이며 잠시 망서렸다. 만일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잠시 후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죠지가 문을 열자 거기에
쏠럭(Tholuck)박사가 낯선 사람과 함께 서 있었다. 쏠럭 박사는 인사하며
소개했다. 프린스톤 대학에서 오신 미국인 교수, 찰스 핫지(Charles Hodge)
박사야.
어서 들어오세요. 죠지는 단 하나 뿐인 안락 의자 위에 있는 책들과
문서들을 치웠다.
자, 죠지, 우리 이제 일을 시작할까? 쏠럭 박사는 손을 내밀어 그 미국인을
의자쪽으로 안내하면서 말했다. 핫지 박사는 독일어를 배우셔야 하네. 내가 이
분께, 영어와 독어를 모두 잘하는 영리한 학생을 알고 있다고 말씀드렸지. 사실,
나는 이 교수님께 죠지군이 가정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렸네.
죠지는 손을 양 호주머니에 넣고 서서 친절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 미국인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제 영어는 콜레릿지나 워즈워드의 그것처럼 탁월하지
못해요. 죠지는 유창하지 못한 영어로 다소 고심하며 말했다.
제 영어 역시 그렇습니다. 핫지 박사는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러나 나는
시를 쓰기를 원하지 않아요. 우리는 그럭저럭 해 낼 것입니다.
쏠럭 박사님의 소원을 이루어 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그러나 시간이
문제군요.
시간은 군이 정하십시요. 내가 거기에 맞추겠습니다.
글쎄요, 제 수업 시간표가 너무 차 있어요. 게다가---. 죠지는 난처하게
여겼다. 그러나 그는 설명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 학기에, 저는
과외로 일을 해야만 해요. 그것이 제가 시간을 보다 적게 갖는 이유지요.
그 미국인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쏠럭 박사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제 영어도
저렇게 형편 없습니까?
쏠럭 박사는 어깨를 으쓱했고 좀 가망없는 표정을 지었다.
여보게, 죠지, 우리의 제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군. 가정교사 일은 일이
아닌가?
저도 알아요. 그러나 제가 의미하는 것은---.
일은 엄격하게. 핫지 박사는 활기를 띠었다. 가정 교사표 준비, 그것이
얼마가 되든, 두 배라도 줄 수 있소. 우리는 바쁘오. 일 주일에 여덟 시간이면
되오.
일 주일에 여덟 시간이요? 전기간 동안 말입니까? 박사님께서
지불하신다구요? 죠지는 무심결에 말했다. 아니, 그건 전기간 동안의 비용 중
약 4분의 1은 될 텐데요.!
염려 말게! 나머지는 다른 분들이 지불할 걸세.
다른 분들요?
핫지 박사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또 다시 크게 웃었다. 쏠럭, 오늘 내가 너무
엉뚱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죠지, 핫지 박사께서 말씀하시는 의미는 이거야. 그의 미국 친구들 중 다른
세 분도 개인 교수를 받기 원하셔.
우리는 함께 배우려고 합니다. 지불은 각자가 하지요. 충분히 공정한 지불이
되겠습니까?
공정!
쏠럭 박사는 죠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여보게. 군도 알다시피 우리가
듣고 있는 그대로 아닌가? 미국인들은 언제나 돈을 갖고 있어.
그러나 죠지는 머리를 저었다. 쏠럭 박사님, 이번 만은 박사님께서 말씀을
잘못하셨어요.
어째서 그런가?
그것은 하나님이셔요. 돈을 갖고 계신 분은 하나님이셔요.
쏠럭과 그 미국인 뒤에서 문이 닫히자, 죠지는 다시금 책상에 앉아서 방금
일어났던 충격적인 일을 회상했다. 믿을 수 없고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하나님께서는 돈에 대한 그의 기도에 응답해 주신 것이다!
지난 여름 스위스 초원에서, 베타가 특별히 죠지에 대해서 말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 돈에 대한 재능이라면 죠지야! 카아드 놀이, 속임수, 거짓말과
훔치는 일! 죠지의 재능이란 얼마나 졸렬한 재능이었던가! 하나님께 기도하여
응답받는 것보다 얼마나 못난 재능이었던가. 그는 머리를 숙이고 경배하였다.
하나님의 방법은 저의 방법보다 참으로 놀랍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리하여 죠지는 한 학기를 끝내는 동안 그의 아버지로부터 일전도 받지
않았다. 그의 가정 교사비로 거의 모든 것을 충당했다.
더우기 그는 그의 하숙방을 그 해 몇달간 지방 고아원에 있는 신학생들을 위해
무료로 제공했다. 일찌기 죠지는 여섯 가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비좁고
답답한 창문들이 달린 괴상한 고아원을 바라보고는 전률했었다. 한 때는 그
고아원 운동장을 대낮에 지나갔던 일이 죠지를 우울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가 그 고아원에 세워졌던 내력에 대해서 알게 되자 그는 이상하게도
황홀감에 사로잡혔다. 백년전 신학 대학 교수인 프랑케(A.H.Franke)는 돈도,
유복한, 친족도, 아무 것도 없었고, 가진 것이라고는 하나님께서 실제적인
기도에 응답하신다는 믿음뿐이었다. 그래서 그가 기도하자 돈이 들어왔고
그리하여 그는 2,000명의 어린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고아원을 세운
것이었다. 이러한 이야기가 그 해 죠지의 감수성과 이상하게도 일치하였으므로
그는 자기 하숙방을 기꺼이 무료로 제공하였다.
그 해 말에, 죠지는 하나님께 또 다시 중대한 무엇을, 빵과 버터사이 만큼이나
불가피한 무엇을 구했다. 하나님, 하나님께선 제가 어디서 하나님의 선교사가
되기를 원하십니까? 이것이 여름 내내, 그리고 가을이 되기까지 그의 문제였다.
쌀쌀한 11월 저녁에는 무엇보다도 쏠럭 박사가 제공한 따끈한 비프 스튜우
요리가 제일이었다. 도서관에서의 일과 후, 죠지는 쏠럭 박사가 말하고 있는
동안 한 접시 가득 담긴 요리를 듬뿍 한 스푼 떳지만, 그러나 그의 스푼은
허공에 멎었다.
여보게 죠지, 런던이 자네를 필요로 하네. 소금 좀 이리 주게.
저를 필요로 해요? 런던이 저를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쏠럭 박사님, 저는
독일인입니다. 철두철미한...
그러나 쏠럭 박사는 정면으로 반격을 가했다. 죠지, 자네가 런던에 대해서
무엇을 아는가?
누구라도 그 곳에 대해서 얼마만큼은 읽을 수 있지요. 보통, 디킨즈의 소설과
같은 대중소설, 공장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때묻고 어린 고아들, 지저분한 거리,
진흙 투성이와 가난, 그리고 안개가 자욱한 곳, 그것이 전부지요.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닐세. 런던에는 그 이상의 것이 있어.
죠지는 싱긋 웃으며, 그렇다면 언젠가는 제가 그것을 보게 되겠지요. 라고
말하고는 그의 접시 위에 있는 스튜우 요리를 스푼으로 떴다. 쏠럭 박사님,
이제 저에게 농담은 그만 하십시요. 박사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터키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하여 나에 대한 뷰커레스트 지구로의 임명장이 취소되었기 때문에
저는 아직도 실망해 있습니다. 물론 저는 하나님의 인도에 대한 어떤 증거를
기다리고 있지요. 그러나 저는 선교사들이 독일에서 런던으로는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쏠럭 박사는 매우 진지했다. 여보게, 자네는 확신할 수 있겠나? 런던에는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일세. 자네도 런던 선교협회에 대해서 듣고
있잖은가? 런던 선교협회란 유태인들에게 기독교 신앙을 촉진시키기 위한 협회가
아닌가? 바로 폴랜드와 미국, 그리고 역시 독일에서처럼 런던에도 유태인들이
있네. 그리고 그들은 모두가 그리스도를 필요로 해.
유태인들에게 그리스도를 전하란 말씀인가요? 쏠럭 박사님은 헤르만 볼의
사상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것을 아시고 계셨지요? 이제 죠지는 열 두
가지 의문점을 갖고 있었다. 쏠럭 박사는 죠지가 최근에 헤르만 볼을 알아왔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헤르만이 그의 건강의 악화로 폴랜드 유태인들을 위한 그의
선교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는 뉴스로 죠지가 얼마나 번민해 왔는가를 그는
알고 있을까? 쏠럭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죠지가 이미 자력으로 히브리어를 공부해 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쏠럭 박사님은 왜 그가 그러한 중대한 일에 대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지 이상하게 생각지 않으세요? 다시 쏠럭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하면 죠지는 뷰커레스트로 서명하여 지원했기 때문이었다. 또 한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런던 선교협회가 죠지를 고려할 지 어떨지를 쏠럭 박사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러나 쏠럭 박사는 대답할 말을 이미 갖고 있었다. 나는
한 주선자를 알고 있기 때문일세. 그 주선자가 바로 나 자신이야! 말만 하게.
그러면 내가 당장 자네 이름을 제출하겠네.
죠지는 스푼으로 스튜우 요리를 덜컥거리며 떴다. 쏠럭 박사님이
추천자라구요? 박사님, 그렇게 하는 것이 주께서 말씀하시는 방법일까요?
죠지, 바로 그거야.
그렇지만 지금 당장 제출하신다는 것은 너무 당돌하지 않을까요?
하, 여보게, 당돌한게 아냐. 결코 그렇지 않네. 유태인들을 위한 선교사인
헤르만 볼이 자네에게 자네가 사랑하는 소녀를 단념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걸세.
자네가 바로 히브리어를 사랑하고 있기에 자네는 그것을 공부하기 위해서 일하러
다니네. 자네는 언제나 영어를 사랑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을 가르칠 만큼 잘
알고 있잖은가.
그래요, 그렇지만---.
시간이 임박하면 전쟁 때문에 자네는 뷰커레스트에 가지도 못해. 아니, 이봐
죠지, 이건 전혀 당돌한게 아닐세.
쏠럭 박사가 1827년 12월 런던 선교협회로 편지를 띄운 후, 죠지는 자기
안에서 인내력이 격동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다음 주에 답장이 오기를
바랐다. 그러나 한 달이 일 년처럼 지나갔다. 신년이 왔다. 1828년 첫 달이
지나갔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 2월이 되어도 여전히
아무 소식이 없었다.
드디어 3월 어느 날, 죠지가 대학 캠퍼스를 가로질러 가고 있을 때 쏠럭
박사가 그를 뒤쫓아 왔다. 런던에서 소식이 왔네.
뭐라고 왔지요?
쏠럭 박사는 희미하게 말했다. 극히 짤막하게.
죠지는 폭발적으로 말했다. 극히 짤막하게요? 저는 3개월이나 기다려
왔는데요.
그들은 자네 이름을 고려하고 있네. 그들은 내게 서류 한 묶음을 보내왔어.
자네가 자네 자신에 대해서 답변해야만 하는 문제들이네. 그는 죠지의 항의를
가로막았다. 그래, 난 그들에게 자네에 대해서 편지를 했지. 그러나 그들은
상세하게 설명해 주기를 바라고 있어.
격한 좌절감이 죠지를 뒤흔들었다. 그들 영국 행정요원들이 사람을 기다리게
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못했다. 그것은 죠지가 겨우 20대일 뿐 아니라 그 외에도
그는 독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러했다. 그는 외쳐 말했다. 도대체 그들은
어떤 종류의 인간들이죠? 그들은 자신을 하나님께서 부르셨다고 말하는 사람의
말은 받아들이지 않는 자들인가요? 그것으로 충분하단 말인가요? 그는 쏠럭
박사가 내민 서류들을 난폭하게 받아가지고는 돌격하듯이 읽어내려 갔다.
그 날 저녁 그는 그 서류에 펜으로 거침없이 적어내려가 세부 사항에 모두
기재해 가지고 그 회답을 런던으로 부쳐 버렸다. 다시금 그는 기다렸다. 또 다시
세 달 동안 전혀 무소식이었다. 그러나 6월 중순께야 편지가 도착하자, 그는
베타의 하숙집으로 가로질러 가면서 노발 대발하였다.
그는 협회에 의해 런던의 유태인들을 위한 선교사로 받아들여졌지만 그러나
하나의 조건하에서 그러했다. 그는 먼저 6개월간의 시험을 치뤄야만 했다.
6개월간을 더 공부해야 한다구? 어째서 내가 공부할 필요가 있단 말인가?
나는 종합 대학 졸업자가 아닌가? 게다가 나는 2년 동안이나 히브리어를
부지런히 공부해 왔지 않은가?
베타는 죠지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특수 교육을 받아야만 하잖니?
죠지가 가로채 말했다. 그게 뭔지 내가 말해 줄까? 그 협회 이사들이란
모두가 독재자들이야! 비 인간적인 수법으로 규칙을 세우는 자들! 자신들의 권위
의식에 따라 들볶는 자들! 우리 아버지 같은 자들이야!
그가 이 말을 할 때, 그는 옛날의 반항심으로 가득했다. 그를 투옥시켰던
올펀뷰텔 여인숙 주인, 그를 유치장 독방에 가두었던 경찰관, 언제나 그처럼
많은 것을 요구했던 그의 아버지, 이제 와서는 런던 선교협회까지 무슨 권리로
6개월간의 시험을 요구한단 말인가? 그는 유일한 구원의 길을 선포하기 위해
피커딜리(piccadilly) 광장으로 걸어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독립적인 자가 되었는가? 만일 그가 런던 선교 협회의 말을 그대로
따른다면 완전히 독립적인 것이 아닐 것이다. 나는 다른 명령자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
베타는 기분이 상해 있는 죠지를 화나게 했다. 그렇지만 네가 뭘 할 수 있니?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 하나님께선 내가 하나님의 귀한 시간을
6개월간이나 소모해 버리기를 원하신단 말인가? 아냐, 베타! 아냐, 아냐, 아냐!
그는 급히 그의 하숙집으로 돌아왔다. 책상에 앉아 잠시 투덜거리다가 런던
선교협회로 편지를 쓰기 위해 손을 뻗쳐 펜을 잡았다.
그리고 결국 그는 쾌속도로 써 갈겨댔다. 여러분의 편지에 대해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나는 여권을 받는 즉시 런던에 가 있을 것입니다. 예, 나는
여러분의 조건, 6개월간의 시험 기간을 받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