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피로하거나 피부가 칙칙해졌을 때, 감기에 걸리거나 면역력이 떨어졌다고 느낄 때 `만병통치약`처럼 찾게 되는 비타민.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타민을 무턱대고 많이 복용하거나 특정 비타민만 과잉 섭취하면 체내 균형에 문제가 생기거나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비타민은 현대인의 필수 건강기능식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잘못 먹으면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복용법을 정확히 알고 지킬 필요가 있다.
※ 자문=정혜진 약사(어린이 여성건강을 위한 약사모임 대표, 정약사의 비타민약국)·정재훈 약사(대한약사회 약바로쓰기운동본부 위원, 팜스터디 대표) Q. 약국에 가면 수십 가지 비타민제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비타민별 효능 차이가 있나요? A. 비타민별 효능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비타민제를 복용할 필요가 있다. 가령 비타민A는 더 이상 시력이 나빠지지 않도록 눈을 보호해주고, 어두운 곳에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야맹증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비타민 B군은 공통적으로 포도당을 에너지화하는 효소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B군 비타민은 모두 에너지 생성에 관여한다.
비타민B1, B5는 피로회복과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가 있고, 비타민H라고도 불리는 비타민B7(비오틴)은 피부 개선과 탈모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비타민B군은 체내 상호보완 작용을 하기 때문에 B군에 속하는 비타민 가운데 특정 한 가지가 결핍되거나 균형이 맞지 않으면 다른 B군 비타민 활동에도 지장이 생긴다. 이 밖에 비타민C는 세포의 산화를 방지해 암과 만성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고 노화를 억제하는 기능을 하며, 비타민D는 칼슘 흡수를 도와 뼈를 강화한다.
Q. 성별·나이대별로 복용을 추천하는 비타민이 있나요? A. 비타민D는 성별이나 나이대를 가리지 않고 섭취가 필요한 비타민으로 꼽힌다. 주로 햇빛을 통해 우리 몸에서 합성할 수 있기 때문에 `선샤인(Sunshine) 비타민`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실내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은 현대인은 특히 일조량이 적은 겨울철에 비타민D가 부족해지기 쉽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비타민D 결핍 환자가 2010년 3118명에서 2014년 3만1255명으로 4년 사이 10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남성의 86.8%와 여성 93.3%가 비타민D 결핍증에 시달리고 있다.
비타민D의 중요성에 비해 음식물을 통한 섭취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비타민제 복용을 통해 보완해주는 편이 좋다. 뼈가 성장하는 어린이의 경우 비타민D가 결핍되면 구루병이 발생하고, 성인은 골연화증 위험이 높다. 눈 성장이 중요한 학령기 아동은 비타민A, 피로를 느끼기 쉬운 수험생과 직장인은 비타민B, 노인은 항산화 기능이 있는 비타민A C E, 스트레스가 많고 음주 횟수가 잦은 남성이라면 비타민B를 추천하는 편이다.
Q. 최근 비타민C 메가도스 요법이 유행하기도 했는데 비타민제는 많이 먹을 수록 좋은가요? A. 비타민은 수용성과 지용성으로 나뉘는데 비타민A D K 등 지용성 비타민은 소변을 통해 잘 배출되지 않고 체내 오랜 시간 머무는 경향이 있다. 보통 간이나 지방 조직에 축적되는데 지용성 비타민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식욕 부진이나 두통 어지러움 습진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임신부가 비타민A를 1일 5000IU 이상 복용할 경우 기형아 유발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비타민D는 지용성 비타민이긴 하지만 3개월치 주사를 한꺼번에 맞기도 한다. 10일분을 한꺼번에 먹더라도 이후 10일간 추가 복용하지 않으면 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하루 100mcg 이상 복용하면 칼슘 수치가 높아져 신장결석, 두통과 근육 약화 위험이 있어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물에 잘 녹는 수용성 비타민은 2~4일 정도만 체내에 머물다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꾸준한 보충이 필요하고 과잉 섭취에 따른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사람에 따라 비타민B C 과잉 섭취로 위장이나 간에 무리가 올 수 있고 신장결석 위험도 있다.
Q. 비타민을 복용하는 시간대가 따로 정해져 있나요? A. 대부분의 비타민제는 아무 때나 섭취해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특정 비타민은 복용 시간이 효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비타민B의 경우 오전에 먹는 것을 추천한다. 수용성 비타민은 매일매일 필요한 만큼 사용한 후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 따라서 밤사이 사용되고 남은 것이 배출돼 혈중 비타민 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아침에 비타민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다만 식후 평소 위산 분비가 많아 속이 쓰린 사람은 비타민C를 식후에 섭취하고 음식물과 함께 위액이 잘 섞이도록 하는 편이 좋다. `버퍼드`라고 쓰여 있는 비타민C는 속쓰림을 유발하지 않으므로 공복에 섭취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타민D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기름기 있는 음식과 함께 먹으면 흡수가 더 잘되기 때문에 식후에 복용하는 편이 좋다. 세포 노화를 막아주는 항산화 물질로 알려진 비타민D는 오메가3 지방산이 함유된 생선 등과 함께 먹으면 항산화 작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Q. 비타민을 보관하는 장소는 어디가 좋은가요? A. 복용 중인 비타민제를 냉장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냉장고는 차고 습해 병 내부에 수분이 생기기 쉬우므로 실온에 보관하되 너무 덥지 않은 서늘한 곳에 둬야 한다.
Q. 비타민을 감기약 등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해도 되나요? A. 최근 감기약과 비타민C를 함께 섭취하면 발암물질이 유발된다는 뉴스 보도가 소비자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감기약 방부제로 사용되는 벤조산나트륨이 비타민C를 만나면 발암물질인 벤젠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우리나라에서 허가된 의약품 중 벤조산나트륨과 비타민C가 함께 함유된 제품은 없다고 밝혔다.
Q. 비타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을 피해야 할 약은 또 어떤 것이 있나요? A. 비타민과 약을 동시에 복용하면 서로 효과를 상쇄시키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고지혈증 치료제와 비타민A B E K를 같이 복용하면 비타민 흡수율이 낮아지고, 뇌졸중 심방세동 등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많이 처방되는 와파린의 경우 비타민K와 함께 먹으면 약효가 떨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대다수 환자들이 비타민 같은 건강기능식품은 부작용이나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병이 있어 지속적으로 먹는 약이 있거나 여러 가지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먹을 때는 반드시 약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Q. 자신에게 맞는 비타민제를 고르는 팁이 있다면? A. 비타민은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평상시 채소·과일 섭취량이 충분치 않고 식생활 불균형이 심하다면 종합 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채소·과일 섭취가 적다면 비타민C, 알코올 섭취량이 많다면 비타민B, 커피를 많이 마시지만 우유는 먹지 않는다면 비타민D 용량이 많은 비타민제를 고르면 된다.
노화가 진행되거나 장기간 병을 앓은 경우 식사를 제대로 하더라도 비타민 흡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검사 등으로 부족한 비타민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