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은 3월7일자 <[건강잇숏] 회 많이 먹는다고 구충제 복용… 소용없다?> 보도에서 “일반적인 수산물 대부분은 양식이지만, 많은 분이 자연산을 선호하기도 하죠. 그런데 자연산은 항생제 처리가 되지 않아 흡충, 고래회충의 감염 위험이 있습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습니다.

◈항생제로 기생충 잡을 수 없어
헬스조선 보도에 따르면 자연산 어류는 항생제 처리가 되지 않아 흡충, 고래회충의 감염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사실일까요? 양식장에선 어류를 키울 때 다양한 약품을 사용합니다. 수산용 의약품의 약효분류는 항병원성약(항균·항생물질, 구충제), 소화기계작용약, 대사성약(비타민제, 영양제), 생물학적제제(백신), 비뇨생식기계작용약(호르몬제), 신경계작용약(마취제), 외피작용약(구충제), 의약외품(소독제), 보조적의약품이 있습니다.
이 중 항생제는 세균 감염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의약품입니다. 세포벽 또는 특정 단백질의 합성을 저해해 세균을 물리칩니다. 기생충과는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양식용으로 사용되는 기생충 제거용 약품은 구충제입니다. 자연산 어류는 항생체 처리가 되지 않아 흡충, 고래회충의 감염 위험이 있다는 헬스조선의 보도는 인과관계를 잘못 짚은 것입니다.
◈양식 어류는 고래회충 위험 없나?
국내에서 나온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양식 어류에선 고래회충(아니사키스)이 거의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뢰로 충남대 연구팀이 수행한 <유통수산물 중 인체유해 기생충 감염실태 조사 및 안전관리방안 연구> 보고서를 살펴봅니다. 연구팀은 넙치, 우럭, 도미 등 11종 1272마리를 대상으로 고래회충 감염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양식산 어류에선 고래회충이 한 마리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자연산에선 넙치 붕장어 놀래미 숭어 오징어 고등어 등에서 고래회충이 검출됐습니다.
연구진은 “검출 양상으로 보아 양식산 해산어의 생식에 의한 아니사키스 감염은 안전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자연산 어류는 어떤가?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 자연산 어류는 734마리 중 65마리에서 고래회충이 발견됐습니다. 감염률로 따지면 8.9%였습니다. 다른 연구들을 찾아봤습니다. 2005년 충남대 연구팀은 식약처의 의뢰로 수행한 <수산물의 고래회충(Anisakis)의 감염조사 및 대책> 연구에서 국내의 수산시장 및 회집에서 유통되고 있는 바다 물고기를 대상으로 고래회충 감염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모두 27종 3007개체를 검사하여 936개체에서 고래회충을 검출했습니다. 감염율은 31.13%로 나타났습니다.
2012년 전남대 연구팀은 <2010∼2012년 연안에서 서식하는 해산어에서 아니사키스 유충의 감염현황>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바다 물고기 243마리 중 26마리에서 고래회충이 검출돼 10.7%의 감염률을 나타냈습니다.
1968년 국립수산진흥원 연구에선 감염률 100%로 나타났고, 2009년 국립수산과학원 논문에선 38%의 감염률이 보고됐습니다.

◈왜 자연산엔 있고 양식엔 없나?
다수의 연구 결과는 양식 바다 물고기는 고래회충 감염 위험이 적고 자연산은 감염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납니다.
전문가들은 크게 두가지 이유를 제시합니다. 첫번째는 고래회충의 생활사와 연관돼 있습니다. 고래회충은 고래의 장속에 기생해 살다가 고래의 배설물과 함께 알(충란)의 형태로 빠져나옵니다. 새우류- 오징어 또는 작은 물고기 -큰 물고기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을 숙주로 삼는 고래회충의 특성상 고래가 접근하기 어려운 양식장에서 살고 있는 양식 어류가 고래회충의 숙주로 선택될 가능성이 낮다는 겁니다. 다른 이유로는 양식 어류가 조제 사료를 주된 먹이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고래회충 어떻게 사람 몸으로 들어오나
고래 배설물에 섞여 나온 고래회충 알은 바닷물 속에서 2기 유충으로 탈바꿈하고 새우류에게 먹힌 뒤 3기 유충이 됩니다. 이후 오징어나 물고기에게 잡아먹히면 유충은 소화관을 뚫고 복강으로 이동해 내장기관의 표면에 붙은 채로 기회를 노립니다. 최종숙주가 오징어나 물고기를 잡아먹으면 위벽에 박혀서 성충으로 발육한다고 합니다. 사람은 익히지 않은 상태의 감염된 해산물을 먹으면 고래회충에 감염됩니다. 사람 몸 속에 들어온 고래회충은 위와 장의 점막 및 점막 하층을 침임하거나 뚫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식중독과 유사한 상복부 통증, 오심, 구토 등 여러가지 소화기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죠.

일본에선 2019년 이후 매년 300건 이상의 고래회충 감염증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일본 보건 당국은 고래회충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2019년 학교급식으로 제공된 생선에서 고래회충이 나왔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생충 감염 질병으로서는 크게 비중을 차지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배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고래회충이 검출되는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