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철학의 태동은 바로 인간이 신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신의 존재와 사역에 대해 따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생겨났다. 희랍철학자 뿐만 아니라 모든 타락한 인간은 영적으로 죽어버렸고 타락한 이성은 자신이 어둠의 권세, 즉 사단의 조종 아래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어둠의 권세가 인간의 의식 속에 집어넣어 주는 가장 두드러진 거짓된 신념은 자신이 자기 뜻대로 하나님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自主정신이다. 여기에 인간이 기만당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타락한 인간은 꼭두각시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주재하고 방향 지우며 살아가는 것으로 착각한다. 이것을 칼빈은 사단 권세에 매어 있는 노예 의지라고 명명했다.
성경은 증거하기를 하나님의 주권적 절대적 의지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의지는 절대적으로 없다고 한다. 참새 한 마리도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떨어지지 아니하며 우리의 머리카락 수까지도 모두 헤아리고 계신다.
사단은 하나님의 피조물로써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는데 필요한 존재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대로 사단이 하나님의 경륜과 뜻을 방해하는 줄로 생각하는 것은 이원론적 착상이며 성경이 말하는 세계관과는 아주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사단의 의지 역시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절대의지에 종속이 되어 있다. 욥기서가 이를 잘 증명해 준다. 욥기서에 나타난 사단은 하나님의 허락에 의해 욥을 연단한다. 그러나 그 사단의 활동은 결국 욥을 더욱 철저히 하나님을 확신하는데 도움이 될 뿐이다. 범사는 합력해서 하나님의 뜻인 선을 이루어갈 뿐이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섬기지 않을 때 하나님께서는 바벨론을 들어서 징계하신다. 이 때 바벨론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방 민족이며, 그들은 스스로 계획하고 결단해서 이스라엘 민족을 침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게 하신 하나님의 절대적 주관이 그 역사 배후를 지배하고 계신 것이다.
이스라엘 역사에 나타난 기본 섭리는 이러하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붙들어 주시면 하나님을 섬기지만, 그냥 내어 버려두시면 우상숭배와 산당제사에 빠져 버린다. 그러면 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때로는 내어 버려두시는가? 그 이유는 명백하다. 하나님 떠나 사는 게 얼마나 괴로우며 그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거저 주시는 은혜를 깨닫게 하시려는 것이다. 자유(自由)라는 말을 엄격히 정의하면 ‘스스로 말미암는다는 것’이다. 이는 스스로 계시는 하나님께만 귀속될 수 있는 절대 언어이다. 피조물인 인간은 하나님께 매어 있든지 아니면 하나님의 섭리 영역 내에 있는 사단에게 매어 있든지 둘 중에 하나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죄에서의 자유(찬송가: 202장 -죄에서 자유를 얻게 함은)라는 말은 사단에게 매어 있다가 하나님의 직접 통치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에게 붙들린 종의 상태, 이것이 가장 행복하고 자유스런 인생의 참된 모습이다. 따라서 피조 인간에게는 절대적 자유의지가 없다. 모든 것은 하나님에게 붙들여 있는데 타락상태에서는 하나님께서 사단에게 매이게 하셨다가 이제는 성령에 붙들린 종속적 의지가 있을 뿐이다. 성령에 의해 종속된 상태를 성경은 자유로운 상태라고 부른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에게만 절대적 자유의지가 있으며 그래서 역사는 하나님의 의지대로 직선적으로 하나님의 정하신 때를 따라 어김없이 진행된다. 하나님의 예정과 인간의 자유의지는 양립될 수 없다. 하나님의 주권적 작정과 예정에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계는 종속되어 있다.
“내가 새벽 날개를 치며 바다 끝에 가서 거할지라도 곧 거기서도 주의 손이 나를 인도하시며 주의 오른손이 나를 붙드시리이다.”(시139:9)
“여호와께서 온갖 것을 그 씌움에 적당하게 지으셨나니 악인도 악한 날에 적당하게 하셨느니라.”(잠16:4)
작성일 : 13-04-1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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