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 서점가를 서성거리다가 「전 사원이 참여하는 기업비전 만들기」(시오야 마치 지음, 명진출판)라는 책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저자는 이 책의 서론에서 21세기를 향한 기업혁신은 새로운 기업 이념 만들기나 유명무실해진 창업이념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소생시키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러나 기업이념만으로는 경영 조직이나 구조를 바꿀 수 없는 것이 이념의 한계라고 그는 지적합니다. 새로운 기업이념을 토대로 21세기를 향한 혁신의 방향 즉, 마땅히 있어야할 모습'을 누구라도 알 수 있는 형태로 만들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기업비전이라고 그는 토로합니다. 이 기업비전을 바탕으로 기업은 미래의 전략방향을 설정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기업혁신을 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시오야 마치의 이런 주장은 저에게는 마치 한국교회의 목회 장을 향하여 던지는 간절한 설교처럼 들려왔습니다.

왜 비전이 필요할까?

무엇보다도 첫째로 그 이유는 우리들의 목회가 분명한 방향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잠언 기자는 묵시가 없으면 백성은 방자히 행한다'(잠 29:18)고 말합니다. 비전이 없으면 하나님의 백성이라 할지라도 방황할 수밖에 없다는 말씀입니다.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은 문자 그대로 밤낮없는 24시간을 빨리빨리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때로 이 걸음을 멈추고 어디로 향하여 가고있는가를 물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도대체 우리들은무엇을위해서,어쩌자고,이렇게도 열심히 새벽에서부터 한밤까지 소리치면서 뛰고 있습니까?

뉴욕공항에 도착한 한 젊은 한국 사원이 택시 기사에게 던진 첫마디는 빨리 갑시다(Let's go Hurry!)였습니다. 그러나 택시 방향이 그가 의도한 방향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그가 도대체 어디로 가느냐고 반문했을 때 기사는 손님은 저에게 빨리 가자고만 말했지 어디로 가자고 말씀하신 일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이 에피소드가 한국교회의 목회 장과 무관하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둘째는, 교회의 진정한 일치(sense of unity)의 회복을 취해서입니다. 한국교회는 놀라운 성장을 성취하면서 한 교회 안에 여러 명의 목회자 팀을 거느린 멀티 스탭(multi-staff)의 구조를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교회 안의 행정조직도 우리사회의 기업조직을 방불하도록 발전되었습니다. 이제 다양한 평신도 자원을 발굴하여 그들을 행정요원화하는 이른바 '은사개발운동' 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발전은 나무랄 필요없는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조직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의 내부구조는 심각한 갈등의 중병을 앓고 있음을 우리는 시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질병의 증상들은 교회 구조를 갈등구조화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중병들은 치유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 대답이 비전의 제시와 회복에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모두 교회원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할 수 있는 비전의 깃발(flag)이 오를 때 우리들은 다시 한번 한 목표 아래 삶을 하나로 묶어바치는 십자가의 군병이 될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오늘의 교회지체들에게 진정한 봉사의 동기를 부여하고 헌신을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현대 교인들은 우리시대의 영성을 닳아 세월이 더할수록 더 계산적이고 더 이기적인 인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별 수 없는 시대의 아들들이요, 딸들이기 때문입니다.사실 오늘의 헌신예배들은 말랑 '그렇고 그런 소리로'한 달에 한 번씩 헌 신(?)을 신기는 의례적인 교회부서 행사로 전락하고 말지 않았습니까?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새 신을 신겨 복음을 전하는 아름다운 발로 뛰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은 비전입니다.

무엇이 느헤미야 시대의 예루살렘 민중들로 하여금 일어나 성을 건축하자고 소리치게 했습니까? 무엇이 모세 시대의 이스라엘 하비루(Habiru)로 하여금 출애굽하여 고난의 광야 길을 선택하게 했습니까? 그것은 모두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의 비전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이 비전을 우리들의 목회 장에서 창출할 수 있습니까?

첫째는, 목회자들이 위기의식을 가지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위기는 비전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현상유지의식(status-quo mentality)에 안거하는 한 비전은 출생될 수 없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이야말로 비전출생의 전야의 고통일 수 있습니다. 느헤미야가 본 유대 땅 예루살렘의 황폐한 현실에 대한 애통함 -그것이 그로 아닥사스다왕 휘하의 수산궁의 안락을 포기하고 고국으로 달려가게 한 것이었습니다. 차별받는 흑인민중의 억압에 대한 거룩한불만이 마틴 루터킹 목사의 '새로운 꿈'(new dream)의 원천이었습니다

둘째로,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는 비전의 산실입니다. 느헤미야는 기도 속에서 그의 남은 여생의 비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느헤미야 1장).우리 시대를 앞서가는 미국 월로우 크릭(Willow Creek)커뮤니티 교회의 비전은 전적으로 매년 여름 주님 앞에 깊이깊이 그리고 오래 엎드리는 빌 하이블(Bill Hybels)목사의 기도 때문입니다. 인류 문화(culture)는 뜨거운 태양 아래 땀 흘리는 날이 아닌, 비오는 날 동굴 속에서의 웅크림의 날에 시작되었다고 말한 어느 인류문화 학자의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때로 우리들의 목회비전은 너무나 많은 활동 때문에 출생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셋째는, 큰 생각을 해야 합니다

작은 비전은 사람들에게 동기 부여를 할 수 없습니다. 주예수님은 열 한 명의 평범한 그와 제자들이 온 세상을 위해 쓰임받는 비전을 기획하셨습니다.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지를 삼는 것을 이들이 과거에 생각이나 해보았겠습니까? 그리하여 그 어느 날의 주님의 도전은 이 열 한 명의 제자로 히여금 온 세상을 품고 일어서게 하는 세계 복음화와 최초의 후런티어(frontier)가 되게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정녕 우리의 온갖 구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에 더 넘치도록 능히 하실 분(엡 3:20)이라면 우리의 비전은 처음 제자들의 비전보다 작아서는 안됩니다.

넷째는, 우리들의 큰 생각을 이전의 기록'(Vision Statement)으로 써야 합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우리들의 자원들(resources)일 수 있는 놀라운 생각들이 기록되지 않았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유산의 비극을 겪어 왔는지요? 우선 우리는 한 문단(one paragraph)정도로 우리 교회의 비전을 기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비전의 글은 단순하고 분명하게 우리 교회의 방향과 사역의 특성을 알게 하는 도전적인 문장이어야 합니다. 비전은 꿈보다는 구체적인 서술이어야 합니다. 그 다음 우리는 이 비전에 입각하여 이 비전성취를 위한 전략적인 질적 목표와 양적 목표를 세밀하게 작성해야합니다. 그리고 이런 목표설정(goal-setting)에 의해서 우리는 매년 혹은 3년,5년,10년 단위 등으로 우리들의 비전성취를 평가해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온 교회가 비전을 공유하는 절차와 과정을 가져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목회비전은 담임목사의 기도와 생각 속에서 출발(initiate)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제직들이 그리고 평교인들이 우리 교회의 비전을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비전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최초의 비전백서' (a draft)는 교인들의 참여에 의해 더 많은 생각과 기대를 수용하는 더 큰 비전으로 만들어져가야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큰 윤곽으로 나타난 비전의 핵심들은 교회지체의 말초신경에 이르도록 커뮤니케이션되어야 합니다. 비전을 설교하십시오. 비전을 교육하십시오. 비전을 로고(logo)화 해보십시오 비전을 노래하십시오 비전을 주보에 반영하십시오 크리스챤 비전은 욕심과 달라야 합니다. 욕심은 자기 중심적이지만 비전은 하나님 중심이어야 하고 이웃중심이어야 합니다. 결국 좋은 비전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반영이어야 합니다. 성장위기가 논의되고 있는 오늘날한국교회의 진정한 필요는 단순한 목회기술의 발전이 아닌 목회비전의 회복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