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10-04 12:13
누가의 선교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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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웹섬김이
조회 : 433  

누가의 선교신학


   복음서기자들 가운데 누가만큼 다양한 관심을 나타내 보이는 인물은 없는 듯 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누가는 가난한 자들이 그 대표로 소개되고 있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으로 하여 '가난한 자들을 위한 복음'(the gospel for the poor)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하고, 또한 다른 복음서에 등장하지 않는 13명의 여자들과 여자들에 대한 긍정적 묘사로 인해 '여자들을 위한 복음'(the gospel for the women)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 밖의 다른 관심사로서는 기쁨, 기도, 성령, 어린이 그리고 유대인들은 물론 모든 이방인들을 포용하는 보편주의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다양한 관심사 속에, 특별히 강조되고 있는 보편주의를 참작할 때, 누가가 또한 선교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自明)한 일로 여겨진다. 본 소논문은 누가의 다양한 신학적 특징 중 특별히 선교에 대한 관심에 주목하여 누가의 선교신학을 정리 및 소개함에 그 목적이 있다. 누가의 선교에 대한 관심을 정리함에 있어서 우리는 우선 선교사로서의 누가의 인간적 면모(面貌)를 살펴보고, 이어서 복음서에서 선교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나타나는 보편주의 motif에 주목하여 살펴볼 것이며, 마지막으로는 복음서의 속편이자 사도들의 선교가 집중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사도행전에 나타나는 선교적 관심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선교사로서의 누가

   선교사로서의 누가란 칭호는 누가가 바울의 표현대로 의사(physician)였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골 4.14), 그 전제 위에서 그를 일종의 의료선교사로서 제시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누가가 의사였다는 것이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누가가 의사였을 것이라는 주장은 이미 1882년 W. K. Hobart에 의해 주장된 바 있다.1) 호바트는 누가의 어휘나 문체가 헬라의 의술 학교(Greek Medical Schools)에서 사용된 것들과 유사함을 들어서, 특별히 당대의 의사들(Hippocrates, Galen, Dioscurides, Arataeus)의 글들과 유사하다고 지적하고 누가복음의 본문을 마가복음과 비교함으로써 그 차이점을 부각시킴으로써, 누가가 의사였다고 주장하였다.2) 그러나 호바트의 이런 주장은 1920년 예일대 교수였던 H. J. Cadbury에 의해 논박되었는데,3) 그 요점은 누가가 사용하는 의학적 용어라는 것이 당대의 다른 고대 문헌, 예를 들면 Josephus, Lucian, Plutarch 등의 비의학적 작품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것인 까닭에 그것을 근거로 하여 누가가 의사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었다.4)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병에 대한 묘사 및 치유와 관련하여 누가복음을 다른 복음과 비교할 때 드러나는 차이점을 우리는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누가가 의사였을 것이란 주장은 누가-행전에 나타나는 다음의 몇몇 구절에서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5) 첫째로, 누가복음 4장 38절을 마가복음 1장 30절과 비교해 볼 때 우리는 누가가 시몬의 장모의 열병을 좀더 상세하게 '중한(μεγαλω)' 열병으로 기록하고 있다. 호바트는 열병을 중하다 혹은 경하다고 그 차이를 지적하는 것은 분명 의사로서의 관찰에 입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6)
   아울러 마가는 단지 "(열병으로) 누웠는지라"(κατεκειτο)고 기록한 반면, 누가는 보다 전문적으로 "(열병에) 붙들린지라"(συνεχομενη7))고 표현하고 있다. 둘째로, 누가복음 5장 12절을 마가복음 1장 40절과 비교해 볼 때, 우리는 누가가 문둥병 들린 사람의 상태를 보다 자세하게, 즉 '온 몸에'(πληρη 의 의미는 '문둥병으로 가득하다'는 말이다) 문둥병 들린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경우는 일종의 의학적 전문용어로서, 의사로서 질병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8) 셋째로, 누가복음 8장 43절을 마가복음 5장 26절과 비교해 볼 때, 우리는 누가가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삭제함은 물론 아예 의원이란 단어조차도 사용하고 있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아마도 누가가 자신이 의사인 까닭에 마가복음에 기록된 의사 일반에 대한 부정적 표현을 생략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9) 넷째로, 누가복음 8장 44절을 마가복음 5장 29절과 비교할 때, 마가는 "그의 혈루 근원이 곧 마르매"라고 기록하고 있으나, 누가는 좀더 의학적으로 "혈루증(피의 흐름; 직역)이 즉시 그쳤더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예는 사도행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3장의 앉은뱅이 거지를 고치는 기사에서 누가는 그가 고침 받아 회복되는 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오른손을 잡아 일으키니 발과 발목이 곧 힘을 얻고'(3.7). 아울러 누가는 5장에서 아나니아와 그 아내 삽비라의 죽음을 묘사하면서 "혼이 떠나는지라"(εξεψυεξν ; 5, 10절), 9장에서는 다비다의 소생을 묘사면서 "일어나 앉는다"(ανεκαθιεσν ; 40절), 13장에서는 헤롯의 죽음을 묘사하면서 "충이 먹어 죽으니라"(ακωληκοβρωτοs εξεψυξεν; 23절)는 의사다운 전문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누가가, 베드로가 룻다에서 중풍병자 애니아를 치유한 일(9.32-35)과 욥바의 여제자 다비다를 소생시킨 사건(9.36-43)을 기록하고 있고, 빌립이 사마리아 성에서 많은 중풍병자와 앉은뱅이를 고친 사건(8.7-8), 그리고 바울과 바나바가 루스드라에서 앉은뱅이를 고친 사건(14.8-18)과 드로아에서 바울의 긴 강론으로 인해 졸다가 죽은 유두고를 소생시킨 사건(20.7-12)을 기록함은 물론이고, 바울이 멜리데 섬에서 뱀에게 물렸을 때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매우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가 붓든지 혹 갑자기 엎드러져 죽을 줄로 저희가 기다렸더니…'(28.6a). 아울러 멜리데 섬의 족장이었던 보블리오의 부친의 병명을 '열병과 이질'로 묘사한 부분도 우리의 주목을 끈다(28.8). 이밖에도 베드로와 바울이 전도하는 가운데 병자를 치유한 사건을 요약적으로 묘사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5.15; 19.11-12). 끝으로 누가는, 예수님의 사역을 묘사함에 있어서도 나사렛 예수께서 지상 사역 중 '마귀에게 눌린 모든 자를 고치셨다'(10.38)는 구절을 포함하고 있고, 또한 관원들의 핍박을 받으면서 드린 사도들의 기도 중 '손을 내밀어 병을 낫게 하옵시고'란 구절을 역시 포함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결과적으로, 위에서 질병 치유와 관련하여 제시된 누가-행전의 여러 사건과 구절들을 종합해 볼 때, 비록 누가가 자신이 직접 나서서 병자들의 질병을 고친 사건은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베드로와 바울을 비롯하여 여러 사도 및 전도자들이 복음을 전하는 과정에서 병자를 치유한 많은 사건들을 누가가 기록하였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상의 내용들을 종합해 볼 때, 우리는 누가-행전의 저자가 의사였을 것으로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10)

   사도행전에 기록에 따르면 누가-행전 저자 누가는 그 자신이 바울의 선교여행에 동행하였던 일종의 선교사였음을 알게 된다.11)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 직업이 의사였던 누가는 아마도 의료 선교사로서 말씀 선교사였던 바울을 도와 병약(病弱)했던 그를 치료함으로써 선교에 동참했던 것으로 여겨진다(골 4.14).12) 또한 아마도 누가는 바울이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에도 그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곁에 있으면서 여러 모양으로 도움으로써 바울의 선교를 줄곧 지원했던 것으로 보여진다(딤후 4.11).13) 아울러 전도 여행 중 누가는 많은 여행에서 얻은 피로와 박해로 인해 병약했던 바울만을 상대로 하여 의술을 베풀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필요에 따라 선교지의 주민들에게 의술(醫術)을 베풀어 질병을 고쳐주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약이나 의술이 매우 원시적이었던 고대 세계에 누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을 것이고, 누가의 이런 의술은 복음을 증거하는 바울에게 상당한 위로와 격려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까닭에 아마도 바울은 누가를 자신의 '동역자'(συνεργοs)라고 간주하였다고 생각된다(몬 1.24).
   여기서 우리는 team mission의 모범적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즉 team partner였던 바울과 누가는 영적 치유와 육적 치유를 병행함으로써 전인적 측면에서의 구원을 선교지의 원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모범적 모델은 오늘날의 선교를 위하여서도 매우 중요하고도 실제적인 하나의 지침(指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간주된다.

   2. 복음서에 나타난 누가의 선교신학

   1957년 독일 신학자 한스 콘첼만은 {시간의 중간}(die Mitte der Zeit)란 책을 출판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누가-행전을 편집비평의 학문적 도구를 이용하여 분석한 본격적인 누가신학 책이었다. 그리하여 이 책의 영문판은 아예 그 제목을 The Theology of St Luke이라고 명명하였다.14) 이 책에서 콘첼만의 주요 논지는 누가공동체가 직면하고 있는 종말(παρουσια)의 문제를 누가가 3단계의 구속사를 이용하여 역사화시켰다는 것이다. 즉 주님의 예언에도 불구하고 종말이 곧 임하지 않게 되자 누가공동체 교인들은 동요하며 혼란에 빠지게 되었고, 따라서 그 공동체의 지도자 중 하나였을 누가는 이러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두 권의 책을 저술하게 되었는바, 그 주장은 종말이 그들의 기대처럼 곧 오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연기되었으므로 현재 중요한 것은 불확실한 미래의 종말이 아니라 오늘 그들에게 주어진 삶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예수님의 복음을 땅 끝까지 전파하는 것이었다(행 1.8). 이렇게 함으로써, 콘첼만은 누가를 단지 전승의 수집가가 아니라 독창적인 신학을 주창한 신학자로 크게 부각시켰던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누가를 신학자로 부각시키는 것은 좋았으나, 그 논리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하여 누가의 역사적 사실 묘사를 신학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함으로써, 누가의 역사 기술(記述) 자체에 회의적이도록 만들었다는 문제가 야기되었다.15) 결국 누가의 관심이 구속사 신학에 있으므로 수단화된 누가의 역사 기술의 역사성이 의문시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콘첼만의 주장에 대항하여 누가의 역사 기술을 옹호한 신학자가 영국 아버딘 대학의 하워드 마샬(I. Howard Marshall)이다.16) 마샬은 역사가로서의 누가를 평가절하했던 콘첼만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누가가 예수님과 초대교회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역사화시킨 것이 아니라 그 독자들의 신앙을 확증하기 위해 이미 일어났던 사건들을 역사적으로 설명하려고 하였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누가는 기독교 신앙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누가의 역사기술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므로 그를 역사가로 부르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샬은 누가가 두 권의 책을 저술함에 있어서 본래 가졌던 의도는 역사적이지도 신학적이지도 않았고, 오히려 복음전도적이었다고 주장한다.17) 따라서 누가를 역사가와 신학자라고 불러도 틀리지는 않지만, 보다 바람직한 칭호는 '복음전도자'라고 그는 주장한다. 그렇다면 복음전도자로서 누가가 전도 및 선교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을 것임은 분명한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누가는 두 권의 저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어떻게 로마제국의 한 귀퉁이인 팔레스타인의 시골 갈릴리에서 시작되어 그 나라의 수도였던 예루살렘을 거쳐 당시 세계를 지배하고 있던 로마제국의 수도 로마까지 많은 장애와 방해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전파되었는지를 기록하였던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할만한 것은 누가복음에는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에 기록되어 있는 스가랴의 예언이자 동시에 주님의 예언이기도 한 말씀이 생략되어 있다는 것이다;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 이는 기록된 바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들이 흩어지리라 하였느니라 그러나 내가 살아난 후에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막14.27-28/마26.31-32). 즉 누가복음에는 부활하신 후 예수님이 다시 갈릴리로 돌아간다는 기록이 빠져있는 것이다. 이것은 누가에게 있어서, 복음이란 계속 진취적으로 앞으로, 즉 땅 끝인 로마를 향하여 나아가는 것이다.

김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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