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간(獸姦) 

성경은 짐승과의 성교행위를 사형에 해당하는 죄로 규정한다. 

이는 출 22:19, 레18:23, 20:15,16, 신27:21에 각기 언급되어 있다. 

이로 보아 이 규례는 특히 출애굽 시기와 밀접히 관련된 것 같다.

1. 당시의 상황

1) 애굽의 경우 

히브리인들은 몸만 애굽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정신과 종교의식도 독립적일 필요가 있었다. 애굽 문헌을 ㅇ보면 사막과 폭풍의 신이었던 셋이 여신 아나트를 강간하는 것을 어린 양의 희생이라 묘사하고 있다. 이로 보아 애굽에서는 종교 예식의 한 형태로 수간이 용인되고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따라서 히브리인들은 이러한 이교 문화를 벗어버려야 할 시대적 당면 과제를 안고 있었다.

2) 가나안의 경우 

가나안의 전설에 의하면 남신 바알이 어린 암소나 그 암소의 아비 격인 황소와 성교하는 광경이 묘사된다. 바알은 히브리인들이 가나안에 들어갈 때 주신으로 섬겨졌으며 여신 아스다롯과 함께 사람이나 동물과 식물에 번식력을 주는 신으로 여겨졌다. 이 신들을 섬기는 종교 제의의 한 가지로 온갖 음란한 행위가 있었는데 수간도 그 가운데 하나였던 것 같다. 이와 같이 히브리인은 애굽의 성적 타락을 극복해야 됐을 뿐 아니라 새로 들어갈 가나안의 풍습에 대하여도 예방 차원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러나 후에 이스라엘은 바알 숭배를 받아들이는 결과 이르게 된다.

3) 헷족속의 경우 

히타이트 법령에 의하면 암소, 양, 돼지, 개 등과 관계를 갖는 것은 엄금한 반면 말이나 노새와의 관계는 비교적 허용적이었다. 이와 같이 당시 근동에는 수간이 널리 행해졌으므로 성결된 무리로 부름받은 이스라엘은 항상 이에 오염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2. 수간에 대한 당시의 평가

메소포타미아에 있어서도 수간에 대한 흔적이나 문헌은 많이 발견되다. 그곳에서 발견된 어떤 해몽서를 보면 황소나 야수와 성관계를 갖는 꿈은 길조로 여겨졌으며, 개나 돼지나 여자를 성적으로 유혹하는 꿈은 흉조로 여겨졌다. 또한 이들은 수간을 여신 이쉬타르 아난나의 행위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종교 의식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찬미가에서는 이난나가 말들과 성교하는 것을 인용하고 있다. 히브리인들과 직접. 간접으로 관계된 민족 가운데서 유사한 사례는 무수히 수집되고 있다. 이와 같이 당시 근동의 전반적 분위기는 수간에 대해 허용적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를 조장하는 듯하다.

3. 수간에 대한 성경의 평가

성경은 애초부터 수간의 가능성을 봉쇄한다. 즉 아담은 온갖 동물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으나 배필을 찾지 못했다. 따라서 하나님은 그의 몸에서 갈빗대를 취하여 여자를 만드시고 그로 하여금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루게 하셨다. 즉 성교나 결혼은 둘을 한 몸으로 만드는 것이며 이는 원래 자기와 한 몸이었던 여자와의 관계에서만 가능함을 교훈하는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짐승과의 관계는 짐승과 한 몸을 이루는 것으로서 하나님의 형상을 부여받은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케 하며 짐승으로 타락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4. 의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간은 성경의 가르침을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근동에 이러한 행위가 만연한 것은 타락한 이간의 왜곡된 지성과 말초적 쾌락을 추구하는 병적인 감성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결한 무리로 부름받은 선민에게도 이를 극복할 시대적 사명이 주어졌다 하겠다.

따라서 이런 수간 금지법은 당시의 상황에 적합할 뿐 아니라 도덕적 문란 속에서 성도로서의 거룩한 몸을 유지해야 할 오늘날의 교회에게도 그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할 규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