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성령 하나님의 사역과 경건
믿음으로 의롭게 된 신자들에게 성화의 경건이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까닭에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르게 알기 위하여 소위 개혁신학의 성령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성령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구원을 위한 객관적 사역으로 그리스도의 사역을 이끄셨으며, 또한 주관적 사역으로 그리스도의 사역을 적용하십니다.
먼저 그리스도의 사역을 생각해 봅니다. 성육신 하신 일로부터 승천하여 그리스도의 영으로 교회를 다스리시는 모든 그리스도의 사역이 성령 하나님의 사역에 의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성령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는 원죄가 없이 거룩하게 잉태되셨으며, 지혜와 총명과 모략과 재능, 지식과 여호와를 경외하는 영이 충만한 가운데 성장 하셨으며,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의 기름부음으로 받은 왕, 선지자, 제사장의 직임에 취임하셨습니다.
특별히 성령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를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시도록 내모셨습니다. 그리고 시험에 승리하도록 도우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뭇 사람들을 가르치시고 선한 일을 행하실 때, 그것은 모두 성령 하나님의 능력으로 행하신 것이며, 그리스도의 죽음의 사역도 영원하신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고, 그의 부활도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성결의 영으로 인한 것입니다.
승천 이후에는 성령 하나님께서 보혜사로서 천상에 계신 그리스도의 지상 사역을 이행하십니다. 이 모든 그리스도의 사역 가운데 성령 하나님으로 말미암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의 객관적 사역을 이루신 성령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를 믿도록 죄인들에게 믿음을 주십니다. 그리하여 의롭다함을 받도록 하시고, 또한 그들에게 거룩한 삶을 살아가도록 성화의 은혜를 베푸십니다. 총명이 어두워지고 마음이 굳어져 무지하게 되어 하나님의 생명에서 떠나 있던 자들을(엡 4:18), 중생케 하시고(요 3:5), 우리 안에 거하시며(요 14:16-17), 우리를 성전으로 삼으시고(고전 3:16),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십니다.(롬 8:29) 그리하여 오늘 살핀 본문의 말씀대로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새 사람을 입으라고 말씀합니다. 그리고 성령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인격적 순종을 명하시고 자라가라고 성장을 촉구하십니다(벧후 3:17,18).
이러한 성령 하나님의 사역은 단일하기 때문에 분리할 수 없으며, 또한 변개치 않으십니다. 그러하므로 그리스도 안에서 행하신 일을 이루시기 위하여 선택을 받은 죄인들에게 중생의 은혜를 주시어 믿음을 고백하고 의롭다함을 받게 하시고, 그러한 자들에게 거룩한 변화의 생활을 하도록 이끌어 가시는 성령 하나님의 일에는 어떠한 취소나 중단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신자가 비록 성화에 있어서 불완전하더라도, 그가 참 신자라면 그들에게 있게 되는 시험들과 죄로 인하여 은혜의 상태에서 떨어져 나가는 일이 없다고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79문항을 가르칩니다. 바로 이러한 보호하심이 교회에 주신 권징이라는 표지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목사는 성경을 풀어주는 말씀을 통하여 경책과 경계를 행하며 또한 권함으로써, 연약한 상태에 있더라도 참 신자들로 하여금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은혜의 상태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고 보호를 받도록 하는 일을 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보호를 위한 예방책이 바로 경건의 생활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성령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필연적인 사역입니다.
6. 바른 경건생활과 기도
죄인은 본래 자기 소견대로 행하기를 갈망합니다. 하나님의 권위도 인정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사사 시대의 이스라엘의 부패한 사례들은 소돔과 고모라가 이스라엘 밖 어딘 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들 안에, 그들 마음에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므로 경건생활의 여부를 외적인 신앙활동만으로 판단하는 것을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은 외적인 활동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신앙활동들을 행하고 있었으나 그들은 경건생활에서 멀리 있는 자들이었습니다.
말씀을 정리하면서 경건생활의 가장 뚜렷한 표지인 기도를 생각해 봅니다. 주님께서는 기도에 대해 가르치시면서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높이며, 그의 나라의 통치를 바라며, 또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를 구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기도와 같은 경건생활이 무엇을 지향하여야 하는 지를 보여줍니다.
기도는 자신이 바라는 것과 필요한 것과 불만스럽게 여기는 것만을 하나님께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는 자신의 고통과 아픔이 죄 아래 있는 이 세상에서 피할 수가 없는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주어진 것임을 고백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할 때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하나님께서 기도를 통해 자신의 뜻을 들어주시기도 하시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응답하셨음을 믿고 인내의 믿음으로 감사하는 내적인 태도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할 때 그 기도는 경건생활을 이루는 기도가 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아무리 많은 시간을 기도에 할애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경건하지 않은 자일 수도 있게 됩니다.
마치는 말
정암 박윤선 박사의 경건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교훈을 들려드립니다.
근년에 이르러 물량주의가 팽창해 가면서 교회는 그 성결성(혹은 순결성) 교리를 지키지 않는 경향이 보인다. 성결성 교리는 교회의 5대 본질 (단일성, 보편성, 성결성, 사도성, 불멸성) 가운데 하나로서 그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은 생활의 순결을 말하는 것이다. 교회가 바른 교리를 문서로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족한 것은 아니다. 교회가 그것을 교인들에게 가르쳐야 하며, 또 교리를 거슬리는 생활이나 행정을 용납하지 말하야 한다. 그런데 현하 개신교계는 은근히 가톨릭을 닮아가는 것 같은 현실이 아닌가?
교리의 순결보다 외부적인 교세 확장을 우선으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교회는 세력 단체가 아니요 증거 단체이니만큼 양보다 질을 앞세워 신자들의 성화를 중요시해야 된다. 이를 위한 구체적 작업은 건전하고 깊이 있는 신학 운동과 집중적인 평신도 훈련 및 성경적인 권징 시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