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구약성경에서의 성령

하나님의 영은 무에서 존재를, 혼돈에서 질서를, 공허에서 미를 만들어 내신 분이다. 또한 성령은 하나님의 재창조의 발동자(agent)이시다. 인간의 죄와 불복종, 어리석음이 역사를 황폐케하고 혼돈에 빠뜨렸으나 하나님의 영인 성령은 질서를 회복시키신다. 이것이 재창조의 능력이다(사 32:14-15). 그러므로 인간은 누구나 새로 지음을 받아야 하며 누구나 그 자신을 하나님의 영을 가지고 있는 재창조의 능력에 내맡기길 때 새로 지음을 받을 수 있다.

창조시에 나오는 성령의 능력도 크지만 인간 개인의 생활에 나타나는 성령의 능력은 더욱 크다. 위대한 지도자들은 성령을 소유한 사람,성령에 의해 소유되어진 사람, 그리고 그 안에 성령이 거하시는 사람들이다. 욥셉(창 41:38), 70인 장로들(민11:16-17), 여호수아(민 27:18), 사사기에서 옷니엘(삿 3:19), 기드온(삿 6:34), 입다(삿 11:29), 사울(삼상 11:6), 다윗(삼상16:13)가 그러하였다. 하나님의 영의 인도를 받지 않는 사람은 다른 인간을 인도할 수 없다는 것이 구약성경의 확신이다.

또한 하나님의 영은 특별히 예언의 은사와, 그리고 그 직책과 관련이 있다. 발람으로 하여금 이스라엘이 장차 큰 민족이 될 것임을 예언하게 하신 분은 성령이시다(민 24:2). 성령의 소리는 인간을 통해서 언제나 듣는 사람들의 필요와 시대에 따라 다르고 강하게 나타난다. 성령은 그 메시지를 전할 인간을 찾으신다. 여호와의 신은 에스겔을 통하여 살아 움직이고 활동하였다.아무도 성령이 함께하시지 않으면 예언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구약성경의 확신이다.

성령의 능력은 경이적이며 또 신비스러운 것이다. 사울이 벌거벗은 몸으로 종일 누워 있었던 일(삼상 19;24), 오바댜가 엘리야를 만나 한 말(왕상 18:2-16), 엘리사의 말(왕하 2:16), 성령에 이끌림을 당한 에스겔의 경험(겔 8:3) 등을 통해 잘 알 수 있다.성령은 황홀경의 현상을 일으킨다. 때로는 공동체 전체에(민 11:25-26), 예언자들에게 그리고 개인들에게 황홀경(ecstasy)을 가져온다(참고 삼상 19:24).

성령은 환난 속에서 하나님을 잃어버리거나 죄악 때문에 하나님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게 만들어 준다. 성령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그의 뜻을 행하도록 가르치시며 인간을 정직한 삶의 길로 나아가도록 인도하시는 매개이다(시 143:10). 성령은 지상에 있어서 하나님의 활동적인 작용양식으로서 ‘거룩한’분이시며 실제로 하나님 자신의 존재와 동일시 된다. 성령은 인격적으로 즉 단순한 능력이나 영향이 아니라 가능한 인격적인 관계의 대상으로 하나님에 대한 이스라엘의 불충성은 그의 영에 대한 반역인 것이다. 성령은 하나님의 백성의 도덕적 및 영적인 변화에 있어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인격적인 능력으로서 회복되는 공동체의 내적 생활원리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영을 통하여 인격의 변화가 올 것이다.

성령은 새로운 세계를 기대하고 성취하게 한다. 하나님의 영이 언약의 백성에게 강림하리라는 예언자의 희망은, 성취의 시대에 임할 축복의 일부, 혹은 한 국면인 것이다. 구약에서 이처럼 하나님의 백성이 성령에 사로잡히리라는 것은 종말론적 기대의 영역에 속한다. 하나님의 날, 황금시대, 앞으로 올 시대, 메시야의 날은 자연히 성령이 쏟아져 내리시는 때가 될 것이다. 하나님의 영이 사람들에게 강림하실 때 비로소 새로운 세계가 이룩될 것이며, 새로운 날이 시작될 것이다(사 11:2, 44:3, 겔 39:29,욜 2:28).

구약성경에 나오는 성령의 기능에는 다른 것들과는 다른 매우 독특한 또 하나의 기능은 공인의 기능이 성령의 은사이다(출31:1-5). 성령의 신학의 영역으로부터 일상생활의 영역으로, 바꾸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성령께서 일상적인 삶의 가운데 계신다는 것을 보여 준다.

4.   구약성경에서의 성령의 특징

1)    성령은 하나님의 영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은 영이시다”라는 말은 찾아볼 수 없다. 그렇지만 “야웨의 영”, “하나님의 영”이란 표현과 야웨나 하나님을 가리키는 인칭대명사가 “영”에 붙어 쓰여서 일단 형식상으로는 야웨 하나님과 영을 구별한다. 그러나 야웨 하나님의 영이 성부 하나님과는 위격이 구별되는 성령이라는 식으로까지 분명히 구별되도록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구약성경에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웨 하나님의 영은 신약의 성령이시다.

2)    스스로 움직이시는 성령

야웨 하나님의 영은 스스로 움직이시며, 야웨 하나님의 영은 피조세계와 개인과 단체가 움직이도록 하신다(動), 살아나게 하신다(生), 힘있게 하신다(力), 일하게 하신다(事), 야웨 하나님의 영의 곧 신약에서 말하는 성령이라 할 때, 성령은 스스로 움직이시고, 개인과 단체와 피조세계가 움직이게 하신다.

3)    공동체의 구원을 겨냥하여 움직이시는 성령

성령은 하나님 백성 전체에 작용하신다. 사도행전 2장의 성령 강림사건이 결코 개인적인 사건이 아니라 공동체적인 사건이라는 점이다.

4)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이시는 성령

야웨 하나님의 영이 일시적으로도, 지속적으로도, 집중적으로도 작용하신다. 그 시대의 지도자들을 움직이시는가 하면,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움직이시기도 한다.  따라서 이처럼 다양한 성령의 활동을 어느 한 가지로 제한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5)    직책을 보증하는 성령

모세로부터 여호수아에게, 사울로부터 다윗에게, 엘리야로부터 엘리사에게 각각 통합적인 지도자의 직책, 왕의 직책, 예언자의 직책이 넘어갈 때 야웨 하나님의 영이 관여한 점을 생각한다면 성령이 함께 움직이셔야 그 직책이 가치 있음을 볼 수 있다.

6)    온 누리를 움직이시는 성령

야웨 하나님의 영은 하나님의 백성에게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지으신 온누리에 작용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