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11-14 19:51
성당에 설치된 괴이한 조각상 `쉴라나긱` 정체 새창으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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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웹섬김이
조회 : 2,985  

 

"엥? 이거... 뭔가요?" 요즘 아일런드 교계를 비롯한 영국과 유럽 일각에서 돌아가는 희한하고도 진지한 정황이 하나 있다. 사실은 이미 오래된 역사인데 최근 부쩍 관심을 갖고 의문과 연구를 거듭하는 주제이다. 그것은 아일런드와 영국, 유럽에 있는 다수의 유서 깊은 성당 등에서 다수가 발견되는 괴이한 조각상이다. 근래 공식화된 명칭은 '쉴라나긱'(Sheela-na-Gig).

쉴라나긱은 한 마디로 여인이 과장된 음문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조각상이다. 단적인 예로, 영국 헤러퍼드셔 킬펙의 성당, 아일런드 카운티 케리의 라투에 있는 원탑에서 발견되는 쉴라나긱이 있다.

왜 이런 괴이하고도 미신적인 형상이 여기저기 곳곳에, 그것도 문명국이라는 서구의 수많은 성당과 공공장소에 설치돼 있는지 오래 전부터 의혹시 돼 왔다. 쉴라나긱은 경우에 따라 관광 대상물이기도 해서, 여성들은 더구나 당혹스러워 하지 않을 수 없다.

  
▲ 옥스퍼드 쉴라나긱(왼쪽)과 킬펙 성당의 쉴라나긱(오른쪽) ⓒBBC

하지만 그동안은 성격상 사안이 사안인지라 서로들 눈치도 볼 것 없이, 그냥 점잖게 언급을 회피해온 토픽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갑작스럽게 주요문제의 하나로 비화되기 시작해 유럽 언론계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화 되고 있다. 여성 비하 내지 폄하요 모독이며 따라서 '인권침해'라는 강한 반발성 견해 때문이다.

쉴라나긱은 아일런드의 성당과 성곽 등에 무려 100여 개나 있다. 영국에는 45개가 있다. 더 나아가 유럽 곳곳에 산재해 있다. 기독교가 발달해 있는 유럽의 거룩하다는 성당에 왜 이런 괴기조각상이 있을까? 더욱 기막힌 사실은 이 황당한 조각상의 의미성과 목적과 존재 이유 등을 도무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미스터리 중 미스터리다. 어찌 그런 일이?

물론 역사적 성당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곽과 여타 공공장소에서도 눈에 띈다. 가톨릭계 등 일각에서는 더는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해당 성당 나름대로 알아서 적당히 제거하거나 옮겨놓기도 했다. 그래선지 아일런드 사적청(HCI)은 '쉴라나긱 분포도' 제작에 나서서 어느 정도 완성해 가고 있다(사이트: HeritageMaps.Ie). HCI에 따르면, 이 조각상은 중세 탑건물, 성당, 성수터 등에서 발견되고 있다. 마이클 스타렛 HCI 수석행정관은 이 지도 작성의 목표를 "현대적이고도 매우 계몽적인 논쟁을 일으켜온" 한 통념 또는 신화에 관한 관심 폭발로 설정해 놓았다고 밝힌다.

  
▲ 아일런드 쉴라나긱 분포도 ⓒHCI

비애트리스 켈리 HCI 정책연구관은 쉴라나긱이 "옛 아일런드 문화 속 여성의 위치를 환기시켜주는 상징물"이라고 평가하고 "중세교회에서의 그들의 두드러진 위치는 아일런드 사회에서 여성의 중요성을 입증해준다."고 주장했다. 켈리 연구관은 또 "삶의 모든 면에서 성 평등성을 위해 투쟁하는 우리나라의 현 시국에 이 지도는 우리 문화와 사회 속에서 전통적으로 여성이 가져온 중요한 위치를 이해하도록 도와준다."고 덧붙인다.


쉴라나긱의 목적?

그러나 정작 이 기괴한 형상이 여성의 어떤 중요성을 강조해주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추측만 무성하게 난무할 뿐. 과연 여성인권을 모독하는 건 아닐지? 이에 대해 유니버시티칼리지코크 대학교의 민속학자 세인 르헤인 교수는 "색욕의 악함과 사악한 눈길을 돌리기 위한 형상"으로 보여왔다고 주장한다. 매우 역설적이다.

그는 "케일러오이(Cailleach=노인녀 ․ 마녀)와 연관시켜 보다 더 설득력 있어 뵈는 재평가가 쉴라나긱에 대한 재해석을 돕고 있다."며 민속신에 대한 방언 영역에서 출산과 죽음에 생명력을 주는 권세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민속신앙, 미신과 신화와 직결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런 것이 교회당에 새겨져 있는가?

이 대목에서 전문가들은 또 다른 주장도 꺼낸다. 쉴라나긱이 아일런드 기독교의 선구자이자 성인으로 알려진 패트릭과 연계된다는 것. 패트릭에겐 '쉴라'(Sheela)라는 '아내'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와 그녀의 이름이 담긴 쉴라나긱과의 연관성 여부에 관한 지대한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단다. 패트릭의 아내가 설령 쉴라나긱과 연계된다 하더라도 그들 부부가 살아있다면, 과연 그런 행태를 기뻐했겠는가?


쉴라나긱의 유래?

쉴라나긱의 유래에 대해 학자들의 견해는 좀체 일치하지 않는다. 제임스 저먼과 앤터니 위어는 11세기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이 조각이 처음 시작되어 다음 세기에 영국과 아일런드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외르겐 안데르센은 이에 관한 최초의 진지한 책 <벽 위의 마녀>를 써냈다.

더블린의 아일런드 국립미술관 아일런드 사적청의 이몬 켈리 청장은 위어와 저먼의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분포조사에 착수했다. 까닭은 12세기 앵글로-노르만 정복시대의 지역에서 이 조각상이 발견되기 때문이라는 것. 현재 남아있는 아일런드 원주민들은 일부만 갖고 있을 뿐이다.

위어와 저먼은 또 성당에 있는 쉴라나긱의 존재와 그밖에 교회당 처마 장식품 등으로 쓰여 온 중세의 기괴형상에 대해 인간의 가공할 탐욕과 죄적 부패성을 상징한다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조우 맥매헌과 잭 로버츠 박사 등은 기독교 이전 시대 다산 모신(母神) 종교의 잔여물이라고 해석한다. 그들은 일부 쉴라나긱이 성당 정문 위에 있는 경우 외에도 성당 주변 구조물이나 성당 옆면에도 있는 경우가 있어 기존 구조물을 개축하는 과정 등의 연계성을 시사한다. 한편 아일런드와 영국은 여성 조각상이 대부분인 데 비해 대륙의 조각상에는 남성들이 많다는 특징도 있다.


이름과 용어

쉴라나긱이라는 이름은 가장 근래 19세기에 나타났었다. 왕립아일런드학회의 사업경과보고서(1840-44)에서 아일런드 티퍼러리 카운티의 로체스타운 성당 위의 조각상의 이름으로 사용된 것. 같은 시기 존 오도너번도 사용했다. 비록 두 사람 모두 이 이름의 본뜻을 알리지 못하고 있지만.

브라질의 독일계 바르바라 프라이탁 교수는 1840년보다 더 이른 기록을 발견했다. 18세기 춤의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왕립 해군 문서에는 '아일런드의 여자요정'으로 표기됐었던 것. 또 북부 영국에서 '긱(gig)'이라는 낱말이 여성기를 가리키는 속어로 사용됐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현대 아일런드에서도 '기(gigh)'라는 비슷한 용어가 있다. 18세기엔 '우상'(the Idol)이란 명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위어와 저먼은 흔히 발견되는 이 석상 ․ 부조의 이름으로 '쉴라'를 쓰기로 했고, 남성을 포함한 두 가지 쉴라가 최소한 모두 '노출광'이라고 파악했다.


고대 여신의 잔재?

흔한 가설은 쉴라나긱이 고대 이교 '여신'의 하나였다는 것. 켈틱 신화에서 유래된 아일런드와 스코틀런드의 마녀 여신, 케일러오이가 그 후보의 하나이다. 마거릿 머레이와 앤 로스 같은 학자들의 학설이다.

루마니아의 미르차 엘리아데 같은 학자의 경우, 쉴라나긱이 고대 북구신화 속의 '추한 귀부인'과 동일시한다. 추한 귀부인은 얼굴이 저주받았을 뿐,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 아름다운 여성으로 변해 그 남자를 군주로 축복해 준다는 스토리다. 그러나 그렇다면 왜 생식기를 드러내는 건지 알 길이 없다.

일부는 그리스 신화 속의 노인인 '바우보' 여인으로 보기도 한다. 바우보의 신상은 흔히 얼굴과 일체가 된 몸통 아래 다리가 붙은 형태이다. 그러나 근거는 희박하다.


다산의 여신?

또 다른 가설은 다산의 신이라는 것. 그래서 분만석(birthing stones)과 연결짓는다. 실제로 쉴라나긱의 일부는 분만중인 여성에게 임대하기도 해 왔다. 옥스퍼드 '북문의 성 미카엘(St Michael at the North Gate)' 성당의 색슨 타워에 있는 쉴라나긱은 결혼식 날 신부에게 보여주는 전통이 있어왔다. 11세기에 세워진 이 탑은 옥스퍼드시에서 가장 오랜 건물의 하나인데, 노르만족 정복 당시보다 더 오래다.

그러나 쉴라나긱이 모두 '다산 증진용'은 아니다. 일부는 유방도 얕고 갈비뼈가 드러나 다산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다. 또 통통한데 파트너와의 성교섭을 시사하는 것도 있다.


탐욕에 대한 경고?

또 하나의 가설은 탐욕에 대한 경고용이라는 주장. 육욕의 죄에 대한 종교적 경고라는 것. 이 점에서는 성당 처마 밑 등에 있는 가고일(괴물상)도 한 몫 한다. 특히 문맹인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사용됐다는 설이 있다. 안데르센이 처음 주장했고, 위어와 저먼도 공감해 왔다. 이 경우는 영국보다는 유럽의 쉴라나긱에 더 적용된다.

즉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같은 순례지를 오가면서 교훈용으로 세운 것이 나중 영국 쪽으로도 왔다는 주장이다. 성벽에 새겨진 것 같은 경우 적용되지 않는 종교모델이다.

비슷한 목적이지만 또 다른 가설은 악이나 적, 저주에 대한 방어용이다. 이 경우는 적을 늘 경계하는 세속의 성 부조물에 들어맞는다. 다분히 미신적이고 주술적인 요소가 있다. 아일런드의 일부 쉴라나긱은 '악한 눈 돌'이라고 불렸다.

치마를 들 춰 음문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악을 물리친다는 개념인 '아나쉬르마' 역할도 한 가설이다. 이 경우 종교의식과 연계되기도 한다. 여성기의 다소 신비로운 특성과 출산의 파워를 동시에 과시한다는 의미에서다. 아나쉬르마는 일부 문화권에서 감정치유에 쓰이기도 한다.

겉으로는 여성인데 황당하게도 남성기를 드러내는 '아나시로메노스' 자세는 주후 4세기보다 훨씬 이전에 동방 도상학(iconogrphic) 전통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고대 문서에 따르면 그런 조각 ․ 부조상들은 양성적인 퀴프로스의 아프로디투스 신 또는 아스타르테(아스다롯)의 주술력을 대표한다고 했다.

대(大) 플리니우스는 월경중인 여성이 몸을 드러내면 우박과 돌풍, 번개 등을 막을 수 있었다고 썼다. 또 벌거벗은 채 들을 걸어가면 곡식을 파먹던 쐐기벌레와 곤충들이 떨어져나간다고 믿었다. 여자가 치마를 들추어 적군을 쫓았다는 민담이 아일런드와 중국에 있어왔다. 또 여인들이 들로 나가 치마를 들추어 신들을 겁줌으로써 폭우를 멈췄다는 발칸 민화도 있다.

그밖에도 쉴라나긱은 체코,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스페인, 스위스 등에서 발견된다. 남태평양의 나라인 팔라우 군도에 유사한 전통이 있어왔다. 그곳 추장집 문간 위에 '딜루카이'라는 조각상이 있는데 이와 대동소이하다는 것.

문간이나 대문, 성문의 위에 있었다는 말은 여인의 음문도 하나의 생명력을 지닌 원초적인 '문'으로 상상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쉴라나긱이 성당에 있든 없든, 성경과는 무관하다. 이교 신화가 아닌 성경은 여인의 하체에 그런 주술력이 있다는 식의 언급도 하지 않거니와, 이는 성경이 멀리한 이방 신화와 조금도 다름없는 얘기다. 참된 교회라면 쉴라나긱 따위가 있을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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