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두리 양식장에 갇힌 교인들
초대 교회는 전통적으로 안식 후 첫날인 일요일에 모였다. 유대인들은 토요일인 안식일을 중시했으나 초대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일요일 예배를 시행했다. 그러다가 일요일을 지금처럼 '주일(주의 날)로 부르게 된 기원은 서기 343년 사르디카(Sardika) 종교 회의에서다. 그 이전에는 일요일을 공식적으로 주의 날로 부르지 않았다.
사실 어느 날에 모였나 하는 게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현대의 율법주의자들이 주일을 마치 구약의 안식일처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오죽하면 "목숨 걸고 주일 성수!"란 말까지 나올까. 하지만 만일 신약 시대에 '안식 후 첫날'이 정말 그토록 성수해야 할 정도로 중요했다면 사도들이 그날을 특별히 구분하여 별도로 강조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정작 신약 성경에 주일을 안식일처럼 중시하여 가르친 구절은 단 한 줄도 없다. 본래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었던 것처럼 주일에 사랑과 선을 실천하는 건 결코 금할 일이 전혀 아니다.
"세상은 속되고 교회는 거룩하다"는 중세적 이분법 사고에 기인한다. 그런데도 가능하면 신도들을 교회당이라는 울타리 속에 가둘려고 교회당을 그게 짓고, 화려하게 꾸미고, 예배로 교인의 마음을 훔치고, 감동의 눈물을 찔끔 흘리게끔 더욱 장엄해 진다, 사람들의 인위적 예배에 성령의 임재가 없다보니 어느새 그것을 주도하는 목사가 높아져 있는 교회가 얼마나 많은가!
그건 그냥 가두리 양식장일 뿐이다, 바다에서 잡아 올린 고기와 가두리 양식장에서 기른 고기의 질과 맛이 다르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교회 안에서 세상과 빛과 소금을 만들기 위한 성경과 신앙 교육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목사의 제자를 만들려고 며칠간씩 잡아 놓다보니 정작 교회 문만 나서면 영식장 고기처럼 비실비실 맥을 추지 못하는 교인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주일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이글의 요점은 하나님께서는 평일엔 안식하시다가 교회 안에서, 주일에만 역사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일요일이 특별히 거룩해 질 이유가 없고 그럴 성경적, 신학적 근거도 없다. 주일만 하나님을 만나는 날이 아니다. 신자에게는 매일 매일이 주의 날이다. 또한 교회당 건물 속에만 하나님이 계신게 아니다. 성도 자신이 있는 그곳이 늘 거룩한 성전이 되어야 마땅하다. '교회에 다니는 신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회가 되는 신자'를 만들어야 된다.
자신이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진리 안에서 자유 해야 옳다. 이 세상 어디에도 신약의 성도에게 강요될 '절기 율법'이란 없다. 구약 시대처럼 날과 달과 절기를 지키는 것이 또 다시 율법의 종노릇 하는 관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도바울은 "율법은 믿음에서 난 것이 아니니 율법을 행하는 자는 그 가운데서 살리라(갈 3:12)."고 경고했다.
결론은 주일성수와 성경공부도 귀하다. 하지만 평소의 생활 속에서, 교회 안에서, 삶속에서. 직장 속에서,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주님 앞에 서있는 신자를 만드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어찌하여 다시 약하고 천박한 초등학문으로 돌아가서 다시 그들에게 종 노릇 하려 하느냐. 너희가 날과 달과 절기와 해를 삼가 지키니 내가 너희를 위하여 수고한 것이 헛될까 두려워하노라“(갈 4:0-11)
▲신광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