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 무엇이 위기인가
코로나로 인해서 주일학교는 처참히 무너졌다. 주일학교 아이들은 성인들과 달리, 신앙의 홀로 서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부모들이 깨워서 억지로 교회로 보냈고, 선생님들이 주일 아침마다 집에 데리러 와서 교회로 갔고, 교회에서도 철통 감시가 있어야지만 예배가 가능했다. 성인의 도움 없이 신앙의 홀로서기가 힘든 것이 주일학교 학생들의 현 주소였다. 아직 신앙으로 홀로 설 수 없는 아이들에게 집에서 홀로 유튜브나 줌이나 메타버스로 영적인 활동을 하라는 것은 처음부터 어불성설이었다.
총회 연구결과에 의하면, 2020년 코로나를 겪으면서 청소년들의 종교생활이 26.2%나 줄어들어들었다고 한다. 많은 교회들이 비대면 예배를 열심히 준비했고, 교육부 사역자들은 영상 콘텐츠 제작 및 제공에 힘썼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온라인으로 예배드리는 학생들의 2/3가 자신의 믿음이 떨어졌다고 답변하였다. 오히려 청소년들의 우울증만 코로나 이전 보다 28%나 증가하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각 교회 주일학교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더욱더 영적으로 무너져가고 있다. 그렇다면, 먼저 지금 우리가 직면한 주일학교의 위기가 무엇인지를 알아보자.
한국교회 주일학교는 내부적으로 믿음의 수준이 낮은 신자들을 양산하는데 그치고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인구절벽이라는 거대한 문제 앞에 부딪쳐있다.
1. 교회 내부의 문제: 낮은 수준의 믿음을 양산한 주일학교
미국 사우스웨스턴(Southwestern) 신학교에서 청소년사역에 대해 가르친 웨슬리 블랙(Wesley Black) 은퇴교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많게는 70% 학생들이 교회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이유에 대한 심층 연구를 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교회를 떠난 첫 번째 이유는 믿음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였다. 실제로 사역 현장에서, 본인의 믿음 없이 부모의 강요에 의해서 교회를 다니는 학생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부모는 교회에서 중직자로 열심히 섬기는데, 자녀들은 주일예배를 결석하는 경우도 많았다. 시험 기간이 되면, 공부 좀 한다는 지역의 교회들 중고등부는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몇 년 전 언론 기사에서 나왔듯이 교회 중직자의 55%가 시험 기간에 자녀들을 교회 대신 학원에 보낼 수 있다고 답변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망라하면, 지금 우리의 주일학교 아이들에게는 믿음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구원의 확신도 없이 부모의 강요와 선생님의 끈질김 속에서 간신히 예배만 출석하던 아이들이, 코로나 시국에 다 밖으로 빠져 나간 것이다. 만약에 우리 아이들에게 확고한 믿음만 있었다면,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든 오프라인으로 드리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억지로 잡아 놓고 예배하게 하던 아이들에게 자유와 방임을 주니까, 썰물 빠져나가듯이 교회 밖으로 다 나가 버린 것이다.
그간 믿음 없는 세대를 양산한 한국교회 주일학교는 그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 교회는 너무나도 안일하게 주일학교 사역을 해왔다. 대형교회들은 주일학교 숫자도 많고 시스템도 좋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자녀들의 신앙수준을 끌어올리는 데는 잘 투자하지 않는다.
그간 주일학교의 가장 큰 관심은 아이들의 영혼구원 보다는 출석 숫자에 있었다. 어느 교회, 어느 교육부서에 몇 명 모이느냐가 성공의 기준점이었다. 심지어는 아이들 숫자를 기준으로 부서 예산을 차등 배부하는가 하면, 사역자의 진급 및 사임의 사유가 숫자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지금은 주일학교 숫자가 적어서 실패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믿음이 없어서 실패라는 사실을. 자꾸 숫자 중심으로 가니까,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나 인기 연예인 초청 또는 고가의 상품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믿음을 세우기 위해서는 출석 숫자에 연연하는 자세를 뛰어 넘어서, 기독교세계관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데 힘을 썼어야 했는데, 우리는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많은 경우 교회 주일학교에는 슬로건만 있지, 제대로 된 실행 방안이 없다. 기독교세계관이 아이들 속에 들어가려면, 주일에 단 1번의 예배로는 불가능하다. 주중에도 교회에서 모여야 하며, 아이들을 훈련시켜야 한다.
부교역자 시절, 청소년들에게 참된 영성과 기독교 세계관을 심어주기 위해서 모임을 가졌다. 매주 토요일 200명의 학생들이 모여 소그룹으로 공부했다. 그렇게 믿음으로 훈련이 된 아이들은 시험기간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대학교 입시 면접이 주일에 있으면, 가뿐히 그 학교를 포기하기도 하였다.
지금 주일학교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교회 내부적으로 우리 자녀들이 신앙의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지 못한 것이다.
2. 교회 외부의 문제: 아이들이 귀한 새로운 시대의 도래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아이들이 가장 귀한 나라가 되어 버렸다. 작년 출생률이 0.81로 전 세계에서 출생률 꼴찌를 기록하였다. 작년에 태어난 신생아 수는 총 26만 500명밖에 되지 않는다. 출산율 문제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큰 문제인 동시에, 교회에도 크나큰 문제가 되어 버렸다.
작년에 태어난 아이들 가운데 10%가 교회에 출석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 숫자는 약 2만6000명이다. 대한민국 전체 교회 숫자는 약 5만7000개 정도 된다. 만약 작년 태어난 아이들 가운데 10%를 전체 교회 숫자에 그대로 대입하면, 두 교회 당 한 교회에는 신생아가 없는 결과가 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제는 대형교회를 빼고는 주일학교가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과거 주일학교 부흥기를 이끌었던 시대는 베이비부머 세대와 X-세대였다. 이때는 가정마다 자녀들이 많았다. 1970년도에 출생한 신생아 숫자는 100만 명이 넘었다. 지금보다 거의 4배나 많은 숫자이다.
과거 한국사회를 보면 아이들은 어디나 많았고, 부모들이 아이들을 돌보지 못해도 알아서 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성경학교 때 동네에서 북 한번 치면, 100명의 아이들도 쉽게 모았다. 비신자 부모들은 자녀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로는 아이들이 하루 종일 교회에 가 있는 것을 비신자 부모들은 더 좋아하기도 하였다.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돌봄을 제공해주고, 교회에서 아이들이 좋은 것을 배운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간 한국교회 주일학교의 성장은 이러한 인구 폭발과 연관성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아이들이 너무나도 귀한 시대가 되어 버렸다. 부모에게도 자녀가 귀하고, 조부모에게도 손자 손녀가 너무 귀해져 버렸다. 따라서 과거처럼 노방 전도에 의해서 주일학교가 부흥하기가 무척 어렵다. 길거리에서 만난 아이를 부모 허락 없이 교회로 데려오다가, 인신매매로 신고를 당할 수도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는 주일학교 사역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지금 주일학교 자녀들의 부모세대는 기존세대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지금 부모세대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로 자녀들을 너무나도 소중히 여긴다.
우선은 자녀가 1명 또는 2명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렇다. 자녀들의 건강과 안전을 너무나도 소중히 여기는 나머지, 지금 MZ세대 부모들은 여전히 아이들을 교회에 보내기 주저한다.
둘째로 자녀 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교회를 정할 때도, 그 교회 주일학교의 커리큘럼이나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깊게 따질 정도다.
셋째로 MZ세대 부모들 가운데 모태신앙은 많지만, 그 전 세대 부모들에 비해서 믿음이 깊지는 않다.
넷째로 비신자 MZ세대 부모의 경우 교회에 대한 반감 및 경계심도 상당히 큰 편이다.
과거처럼 교회에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있다고 쉽게 자녀들을 보내지 않는 부모들이다.
이렇게 변해버린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교회들은 숫자 타령을 하고 있고, 적은 숫자인데도 기존 부서체계를 유지하는데 급급하다. 이제는 과거 주일학교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정현 목사(청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