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보면 교회가 보인다 한 교회를 이해하려면 교회이름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교회이름 속에 지리적 특성은 물론, 언어학적 의미나 교회 구성원들의 생활 양태와 사고방식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성경 속 교회들은 대부분 지역명으로 교회이름을 지었다. 고린도교회 골로새교회 데살로니가교회 안디옥교회 에베소교회 등이다. 지역명을 교회이름으로 하는 이유는 지역 복음화(Evangelization) 또는 그리스도교화(Christianization)가 주된 목적이다.
한국도 지역명을 따서 교회이름을 짓곤 했다. ○○지역 ‘중앙교회’ ‘제일교회’라는 이름이 많다. 예를 들면 서울의 ‘강남중앙교회’ 경기 ‘과천제일교회’ 인천 ‘간석중앙교회’ ‘제주 중문교회’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믿음교회나 소망교회 화평교회 은총교회 평강교회 부활교회처럼 성경 구절을 교회이름으로 정한 곳도 많다.
지역명을 탈피해 ‘-ㄴ’ ‘~의’처럼 형용사나 동사형 교회이름도 많이 생겼다. 섬기는교회 열린교회 평화로운교회 더불어사는교회 아주좋은교회 재미있는교회 사랑하는교회 사랑의교회 주님의교회 등이다. 서울 정릉 입구에 있는 ‘마지막남은씨알교회’, 수원 봉담의 ‘하나님이디자인하신교회’ ‘와~우리교회’ 이름이 눈길을 끈다.
서울 종로구 우리가꿈꾸는교회 조기연 목사는 “교회이름이 예쁘고 독특해 의미와 어떤 꿈을 가졌는지 묻는 이들이 많다. 이름 덕에 믿지 않은 이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실 통일한국·북한복음화를 위해 기도하고 헌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제화 시대인 만큼 영어식 교회이름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상계동 보람아파트 옆에 있는 패스워드교회와 서울씨티교회 미션리바이벌교회 테크노행복교회 하베스트샬롬교회 플러스교회 달란트교회 월드비전교회 등이다. ‘월드비전교회’는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에서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월드비전교회와 월드비전은 이름만 같을 뿐 무관하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나 지도를 그리다 보면 은혜와 감동을 받는다. 지도 속에는 예수의 3년 공생애에 담긴 사랑과 고통의 흔적을 기리는 기념교회가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가나결혼교회, 팔복교회, 오병이어교회, 베드로 수위권교회, 주기도문교회, 마가의 다락방교회, 승천교회, 예수탄생교회, 눈물교회, 베드로 통곡교회, 목자들의 들판교회 등이다. 우리나라도 서울 마포구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교회를 비롯해 숭의마펫기념교회 아펜젤러순교기념교회 제주선교100주년기념교회 종교개혁500주년기념교회 온누리비전교회 등의 기념교회가 여럿 있다.
‘토기장이’ ‘온누리’ ‘다솜’ 등 순우리말을 쓴 교회이름도 눈길을 끈다. 서울 양천구 ‘도토리교회’는 도토리가 구휼과 해독식품인 것에 착안해 이름을 지었다.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정화시키자는 의도에서다. 또 ‘도토리 키재기’란 말처럼 누구나 하나님 앞에서는 평등하고 하나님 없이는 연약한 존재라는 의미도 담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나 명성교회,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 지구촌교회 등 대형교회의 이름을 차용해 교회이름을 짓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기 김포시엔 교회이름이 ‘이름없는교회’가 있다. 이 교회 백성훈 목사는 “많은 교회와 목회자들이 유명해지기 위해 스타 마케팅과 브랜드화 전략을 추구하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성경적인 교회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성경을 연구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찬양하는 그런 진리의 교회를 세우라는 사명을 받고 교회를 개척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화곡동교회는 교회이름을 ‘치유하는교회’로 바꿨다. “한국교회와 민족의 치유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 안에서 온전히 치유된 한 사람이 세상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이 교회 김의식 목사가 교회명을 치유하는교회로 바꾼 이유다.
남제주에 있는 ‘강병대(强兵臺)교회’(등록문화재 제38호)는 언뜻 사람이름을 교회명으로 한 것처럼 느껴진다. 한국전쟁 때 제주 모슬포에 육군훈련소가 설치된 뒤 이 훈련소 명칭이 강병대로 개칭되면서 이 안에 있던 교회이름도 고쳤다. 강병대는 ‘강한 병사를 훈련하는 시설’이란 의미다.
서울 중랑구 금란교회 이름도 역사가 깊다. 교회이름은 초대 이화여자대학교 김활란 총장의 첫 자 ‘금(金)’과 끝자의 ‘란(蘭)’을 따 지었다. 김활란의 무덤이 옛 금란동산에 있었다. 지금은 옛 흔적은 없고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서울 노원구 광염교회의 별명은 ‘감자탕 교회’다. 세 들어 살고 있는 상가건물 5층 옥상에 매달린 감자탕집 대형 간판의 ‘위용’ 탓에 교회 간판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붙여졌다. 그러나 예배당도 없는 초라한 셋방살이의 이 교회가 대형교회의 신화 등 팽창주의로 치닫고 있는 교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작지 않다. 광염교회는 무엇보다 재정이 투명하고 건강하다. 재정을 100만원만 남기고 집행하며 예산의 30% 이상을 구제와 장학, 선교사업에 쓴다. 매년 5000만원이 넘는 장학금을 지급하고 개척교회 지원에도 열심이다. 목적헌금과 찬조금을 멀리하고 십일조로만 구제하고 선교한다.
서울 송파구 주성청각장애인교회는 주성농인교회로 이름을 바꿨다. 이 교회 교인들은 장애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꺼린다. 농교계는 ‘농아(聾啞)’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있다. ‘수어’(手語=수화언어)로 대화하고 소통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행이사이그리스도의교회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행이) 사람들의 공동체(사이)라는 뜻이다. 예배와 가르침, 또 교제와 기도로(행 2:42) 사랑을 실천해 예수님의 제자로 인정받는 공동체가 되길 소망한다. 이 교회 섬김이 최승회 디아코이노 대표는 “교회이름은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고 예수 사랑을 실천하는 뜻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세상 사람에게 공감을 얻는 단어를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회이름에 교회가 추구하는 목적과 가치관, 정체성이 담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교회 구성원들이 이루고 싶은 소망과 나아갈 방향, 실제 교회이름대로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중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예를 들어 ‘행복’이 교회이름에 들어간 교인은 하나님 안에서 행복을 누리며 이웃에게 행복을 나눠주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고, ‘사랑’이 교회이름에 들어간 교인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그 사랑을 삶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욱 북한기독교총연합회 후원이사장은 “우스갯소리로 믿음교회에 믿음 없고 소망교회에 소망 없고 사랑교회에 사랑이 없다고 빈정거리기도 한다. 사실 교회이름 짓기가 그리 쉽지 않다. 담임목사와 성도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교회이름에 반영되는 게 좋을 듯 싶다”고 말했다.
이수봉 아신대 교수는 “어떤 이름이든 상관은 없지만 기복적이고 세상 성공지향적인 의미를 담은 교회이름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교회명은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만섭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은 “교회이름은 첫째 하나님이 함께하심을 나타내면 좋겠고, 둘째는 신앙을 표현하고, 셋째 믿는바 소망하는 목표가 되면 좋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교회가 교회 되고, 성도가 성도 되는 믿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이름은 참으로 다양하다. 저마다 의미가 있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심재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명예교수는 “교회이름은 제겐 지역공동체이다. 근대화와 도시화로 지역사회의 흔적이 사라지는 21세기에 지역 기독교인과 믿음의 교제를 이어가는 커뮤니티”라고 설명했다. 서정형 기독문화선교회 대표는 “이름이 복순이면 어떻고 영철이면 또 어떤가. 모두 주님의 사랑과 은혜 아래, 그리고 아름다운 신앙 가운데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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