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는 믿음이 좋은 사람임에도 우울증으로 고통 받은 인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은 욥과 엘리야 선지자.
욥은 모든 재산과 자식을 잃은,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되었다. 그러나 범죄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을 향하여 어리석게 원망하지 않았다(욥 1:22). 그러나 지속되는 시험 가운데 욥은 자신의 고통의 탄식을 말한다(욥 3;24~26, 7:16). 욥의 이러한 고백은 전형적인 주요 우울장애 증상이었다.
엘리야는 열왕기상 18장에서 화려한 믿음의 승리를 보여 준다. 그러나 19장에서는 끈질긴 이세벨의 위협에 쫓겨 로뎀나무 아래 앉아 식음을 전폐하고 죽기를 기도한다.
<내 주는 강한 성이요>를 작사한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가 일생을 우울증과 씨름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527년에 쓴 그의 일기에서, 마틴 루터는 자신의 우울증에 대해 “일주일 이상을 죽음과 지옥의 문턱에 서 있었던 것 같다”고 묘사했다. 그의 일생을 연구한 롤런드 베이튼에 따르면(Roland Baiton)에 따르면, 루터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심한 양극성 장애’(우울증과 조증이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기분 장애)에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19세기 부흥운동의 불을 지핀 설교자 스펄전(Charles Spurgeon)도 중증 우울증으로 1년에 두세 달씩 강단을 비워야 했다. 1866년 스펄전은 설교 도중 회중에게 “저는 아주 심한 우울증으로 시달리고 있다. 여러분 중에서는 어느 누구도 제가 지금 겪고 있는 이런 극도의 비참한 고통을 겪지 않기 바랍니다”라며 자신의 우울증의 고통을 호소했다.
우울증, 지속적으로 치료받아야
인천의 L목사는 신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교회를 개척하여 중형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3년 전까지, L목사는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신학교 시절에 가진 목회자로서의 사명, 열정, 청춘을 하나님께 바치겠다는 소명은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에 안주하면서 퇴색되어 갔다. 더욱이 교회 건축을 하면서 교인들과 마찰이 늘었고, 또한 이를 계기로 교회 성장도 주춤하자 “과연 이와 같은 일을 계속해야 하는가?”라는 회의도 들었다.
이와 함께 자폐 증세를 보이던 아들이 급기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장애인 학교에 등록하자 그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또한 목회에 전념하면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심한 위장병도 앓았다. 매사에 의욕을 잃던 L목사는 정신과 병원을 찾았고, 담당의사로부터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L목사는 항우울제 처방을 받아 약물치료와 함께 상담전문가를 통해 그의 어려운 사정을 상담하면서 우울증이 많이 호전되었다. 이제는 예전만큼 회복되어 왕성하게 목회를 잘 감당하고 있다.
L목사의 경우처럼, 우울증에 빠진 기독교인들은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특히 중증 우울장애를 치료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요구되고, 자살률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약물 치료와 함께 지속적인 전문상담으로 우울증을 극복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우울증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헨리 나우웬은 성장과정에서 기분부전장애로, 성인이 되어서는 주요우울증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가졌다. 그 고통의 시간에서 헨리 나우웬은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나누었고, 진실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우울증을 ‘기대하지 않은 선물’(Unexpecting Gift)이라고 불렀다.
반갑지 않은 손님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진정으로 하나님께 치유를 간구하면서, 모든 상황과 모든 방법을 통해 따뜻하게 다가오는 하나님의 치유의 손길과 사랑의 손길을 먼저 느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