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2-18 10:05
건강한 분노 표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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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웹섬김이
조회 : 817  

건강한 분노 표현하기


▲강선영 목사(안양제일교회 상담목사, 온누리가정상담연구원 원장)

마음이 상하고 곤고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고아였고 어렸을 때부터 극심한 가난의 고통, 육체적 허기, 정신적 허기, 사랑에 늘 목말라했다. 그를 관심있게 돌봐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가 얼마나 곤고한 사람이었을지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의 뼈 속까지 저려오는 외로움과 곤고한 영혼의 소리들을 시편의 기자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내가 아프고 심히 구부러졌으며 종일토록 슬픈 중에 다니나이다 내 허리에 열기가 가득하고 내 살에 성한 곳이 없나이다 내가 피곤하고 심히 상하였으매 마음이 불안하여 신음하나이다 주여 나의 모든 소원이 주의 앞에 있사오며 나의 탄식이 주의 앞에 감추이지 아니하나이다 내 심장이 뛰고 내 기력이 쇠하여 내 눈의 빛도 나를 떠났나이다(시편 38: 6-10)

“여호와여 내 기도를 들으시고 나의 부르짖음을 주께 상달케 하소서 나의 괴로운 날에 주의 얼굴을 내게 숨기지 마소서 주의 귀를 기울이사 내가 부르짖는 날에 속히 내게 응답하소서 대저 내 날이 연기 같이 소멸하며 내 뼈가 냉과리 같이 탔나이다 내가 음식 먹기도 잊었음으로 내 마음이 풀 같이 쇠잔하였사오며 나의 탄식 소리를 인하여 나의 살이 뼈에 붙었나이다(시편 102 1-5)

그가 고아가 된 것이나 그의 배고픔이 그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그는 늘 곤고했고 외로웠으며 슬픔이 내면에 강물처럼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저주받은 자’라고 선언해 버렸다. 그러던 그가 사람들과 세상을 향하던 분노와 증오심을 돌려 하나님 앞에 엎드려 토로하기 시작했다. 저 영혼의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슬픔과 고통을 하나님 앞에서 낱낱이 말하기 시작했다. 여러 날이 지나도록 하나님 앞에서 통곡도 하고 몸부림도 치고 소리도 지르면서 자신의 처지와 상한 심정을 토로하고 또 토로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이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토록 멀게 느껴졌던 하나님, 내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던 하나님, 나를 고통 속에 방치해 둔다고 생각했던 그 하나님이 바로 가까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계시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자 그는 북받치는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하나님 앞에 하나 하나 꺼내놓기 시작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서러움과 분노를 꺼내놓으면서 그는 서서히 성령의 빛 가운데로 나아가며 치유되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그의 슬픔을 위로의 빛으로 씻어주기 시작하셨고 그의 눈물을 닦아주기 시작하셨다. 그의 곤고함과 걷잡을 수 없던 분노의 마음이 치유받기 시작했다. 그가 분노를 하나님 앞에 부정적으로 표현하지 아니하고 솔직하게 시인하며 드러내기 시작했을 때 성령의 치유의 빛이 마침내 그를 감싸기 시작했고 치유의 은총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마음이 곤고하거나 분노가 내면에 가득 차 있는가. 하나님 앞에 나아가 토로하자. 그리하면 하나님은 우리의 슬픔을 함께 슬퍼하시며, 우리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시며 위로의 은총을 베푸시고 우리와 함께 울어 주신다.

분노를 표현하지 못하는 여성이 있었다. 때때로 엄습하는 우울증과 어디로부터인지 알 수 없는 두려움 때문에 자기 안에 갇힌 채 한동안 말을 잃어버리곤 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 여성은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할 정도로 억압받는 삶을 살았다.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생겨도 분노를 표현할 줄 모르게 되고 말았다. 화를 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거나 미련한 일이라는 부모의 지시적인 편견이 내면화되어서 분노를 내지 못한 채 속으로만 삼켰고 겉으로는 예의바르고 착한 얼굴을 하고 다녀야 했다. 이 여성에게는 착한 아이, 인내심 많은 아이, 예의 바른 아이,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 늘 친절한 사람 등의 수식어가 늘 따라 다녔다.

사람들의 이러한 평가는 이 여성으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더욱 더 숨기도록 부채질했다. 그러면서 더욱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이 여성은 억울한 일이 있어도 표현을 하지 못했고 속으로는 분노가 들끓어도 겉으로는 평온한 척 페리조나로 철저히 가리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심각한 우울증이 찾아왔고, 내재화된 분노는 자신의 영혼과 육체를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진정한 용서는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건강한 분노’를 표현할 수 있을 때 뒤따르게 되는 능력이다. 어두운 분노를 넘치도록 숨기고서는 용서를 할 수 없다. 겉으로 용서한다고 말해도 그것은 거짓 용서일 뿐이다. 우리는 타인을 배려하고 진심으로 용서하고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기 위하여 분노를 쌓아놓지 말고 건강한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파괴적인 분노가 되어서는 안된다. 타인을 괴롭히고 심하게 상처를 주는 분노는 파괴적인 분노이다. 이러한 분노는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가족들에게나 이로울 것이 전혀 없다. 이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건강한 분노를 표현하는 것을 차단 당한 사람들이 중독자가 되는 사례도 많이 있다. 알콜 중독자인 남편이 술을 마시고 나서 파괴적인 분노를 가족들에게 표출하는 것을 많이 보아 왔다.

시편에 보면 거룩한 분노, 건강한 분노의 표현들이 많이 나타나 있다. 겉으로 분노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가 영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하나님은 그 심령을 들여다 보시는 전능자이시므로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결코 숨길 수 없다.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중적인 영성의 태도를 가지고 있다. 내면엔 들끓는 분노와 증오심이 가득하면서도 표면적으로는 거룩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한다. 이런 사람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화 있을찐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회칠한 무덤 같으니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나 그 안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모든 더러운 것이 가득하도다(23:27)

겉으로는 회칠해서 아름답게 치장했으나 속에는 시체들과 오물로 가득한 상태가 우리의 내면이 아닌가. 용서하지 못한 마음이 있거나 증오심이 가득하거나 분노와 저주의 마음이 가득할 때 우리는 회칠한 무덤이 되고 마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신의 거짓자아와 그림자와 페리조나가 두터울수록 거짓 영성으로 더욱 포장하게 되고 그 심령은 곤고하게 된다. 그것을 숨기고 감추고 속일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토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미 알고 계신 하나님은 우리가 우리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꺼내놓고 드러내길 원하신다. 시편 기자의 고백처럼 솔직하게 하나님 앞에서 토로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5:4)

애통해 할 줄 아는 사람이 복된 사람이다. 애통하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하나님의 위로가 임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나님, 내 안에 분노가 들끓습니다. 세상에 악인이 더 잘되고 세상에 억울한 일도 너무 많습니다. 내 안에 분노와 슬픔이 가득하고 하나님의 사랑도 느낄 수 없습니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하나님 저를 돌보아 주세요.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신 그 하나님이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시지 않겠는가.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오픈하고 위선과 가면을 벗어버리고 하나님 앞에 엎드릴 때, 바로 그때, 우리는 하나님의 치유의 손길을 넘치도록 누리게 된다.

건강하게 분노를 표현하지 못할 때 그 분노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 내려가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그 분노가 우리를 점령하고 사탄에게 빌미를 제공하여 하나님의 사랑에서도 떠나게 만들지도 모른다. 건강하게 분노를 표현하되 가장 좋은 방법은 하나님 앞에 토로하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상담가를 찾아가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사람에게 자신의 분노를 섣불리 표현하다보면 상대방이 상처를 받게 되기도 한다. 절대로 상처받을 일이 없으시고 오해할 일이 없으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면, 그때로부터 분노는 사라지고 하나님께서는 분노를 몰고 온 상처에도 기름부으시고 싸매시며 고치신다. 우리의 분노를 치유하시는 하나님의 그 놀라운 은총을 날마다 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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