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저는 3년 전 집사 직분을 받았습니다. 초등 6학년 딸과 중2 아들을 둔 엄마이기도 하고요. 남편은 불신자였는데 어렵게 전도해 2년 전부터 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교회가 싸워요. 패가 갈리고 폭력이 오갑니다. 고소고발이 끊이지 않고 예배도 제대로 못 드립니다. 남편은 교회를 더 이상 가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흉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습니다. 교회를 옮겨도 될까요.
A : 빨리 옮기십시오. 교회는 거룩한 공동체, 신령한 공동체입니다. 그런데 교회가 거룩을 내팽개치고 신령성을 포기한다면 이미 교회가 아닙니다. 더욱이 분규나 내분, 갈등과 싸움 때문에 교회를 떠나고 예수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그 책임과 심판은 누가 져야 할까요.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주님 말씀이 떠오릅니다. 당시 유대 교권주의자들을 향한 책망인데, 오늘이라고 다를 바 없습니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천국 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도다."(마 23:13) 마태복음 23장 전체가 추상같은 책망과 경고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는 교회 옮기는 것을 삼가라고 했고, 자제를 당부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집사님의 경우는 옮기는 게 좋겠습니다. 다만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십시오. 미안하다고 말하십시오. 남편의 동의를 구하십시오. 그리고 두 아이들을 설득하십시오. 사귀던 또래들, 정든 선생님, 내 집처럼 드나들던 교회를 떠나 낯선 곳으로 옮겨야 하는 아이들 마음을 위로하십시오. 그리고 잠깐만 피해있자며 동의를 구하십시오.
우리네 삶은 여기저기서 상처를 많이 받습니다. 교회는 세상에서 받은 상처들을 치유하고 싸매는 '거룩한 클리닉'이어야 하는데 교회가 상처의 모판이 된다면 교인들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그리고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 뭐라고 답해야 할까요.
왜 싸움의 복판에 서있는 사람들은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사실을 외면할까요(엡1:23). 예수 따로, 교회 따로가 아닙니다. 교회를 찢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을 찢는 것입니다. 교회 싸움 때문에 가장 아파할 분은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십니다. 그리고 몸이 찢길 때마다 함께 아파하는 것은 손과 발인 우리 지체들입니다.
싸우는 이들에게 권합니다. 이성과 신앙을 회복하십시오. 주님 앞에 잘못했다고 통회하십시오. 섬기던 교회가 정상화되고 회복되기를 기도하십시오. 당분간이길 바라지만 교회를 옮기십시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상처와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남편과 자녀들을 설득하고 함께 의논하십시오.
그러나 더 좋은 교회, 최상의 이상적 교회를 찾지 마십시오. 그런 교회는 없으니까요. 세상 걱정보다 교회가 더 걱정이라는 한 원로 교수의 말이 떠오릅니다.
-박종순 목사 충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