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서의 이혼 재혼
이혼과 재혼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주된 성구들로는 신명기 24장 1-4절, 마태복음 5장 31-32절, 19장 3-9절, 마가복음 10 장 2-12절, 누가복음 18장 18절, 고린도전서 7장 10-15절 등을 들 수 있다. 지면 관계상 여기서는 이들 성경 구절을 성경 해석상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짚고 넘어갈 수는 없다. 이 부분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다른 훌륭한 저서들을 참고 하시기 바란다. 앞서 밝힌 대로 이 부분에서는 관련 성구들의 요점을 간략히 개관하고자 한다.
신명기 24장 1-4절은 구약에서는 유일하게 이혼에 관한 규례를 담고 있다.
"사람이 아내를 취하여 데려온 후에 수치되는 일이 그에게 있음을 발견하고 그를 기뻐하지 아니하거든 이혼 증서는 써서 그 손에 주고 그를 자기 집에서 내어 보낼 것이요 그 여자는 그 집에서 나가서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려니와 그 후부도 그를 미워하여 이혼 증서를 써서 그 손에 주고 그를 자기 집에서 내어 보내었거나 혹시 그를 아내로 취한 후부가 죽었다 하자. 그 여자가 이미 몸을 더럽혔은즉 그를 내어 보낸 전부가 그를 다시 아내로 취하지 말지니 이 일은 여호와 앞에 가증한 것이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기업으로 주시는 땅으로 너는 범죄케 하지 말지니라."
이 말씀에서는 결코 이혼을 명령하고 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인정하고 있지도 안다. 우리는 이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한 남편이 그의 아내와 이혼했을 경우, 후에 그 여자가 다른 남자와 재혼했다면, 그 처음 남편은 다시 그녀를 데려올 수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을 뿐이다. 즉, 남편들로 하여금 아내와 경솔히 이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규례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본문에 나타난 이혼 규례는 결코 이혼을 장려하기 위한 율법이 아니라 그 당시에 이미 보편화되어 있던 이혼 풍습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율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말씀을 이혼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입장은 분명히 아니지만, 어느 정도 묵인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에 존 머레이(John Murray)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혼을 허용하되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묵인되었던 것이며, 따라서 그 허용된 범위 내에서 행해진 이혼일 경우에만 그 당시 법(교회법, 시민법/ecclesiastical or civil penalty)에 저촉되지 않았고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이혼과 재혼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1) 혼인은 인간의 뜻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의해 세워진 엄숙한 제도이며 하나님은 혼인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셨다. 따라서 이혼은 하나님의 신성한 뜻을 거역하는 것이 된다. 마태복음 19장 4-6절 말씀을 통해 예수님은 혼인에 관한 하나님의 뜻을 분명히 밝혀 주고 계신다. 바리새인들이 "아무 연고를 무론하고 그 아내를 내어 버리는 것이 옳으니이까"라고 묻자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사람을 지으신 이가 본래 저희를 남자와 여자로 만드시고 말씀하시기를 이러므로 사람이 그 부모를 떠나서 아내에게 합하여 그 둘이 한 몸이 될지니라 하신 것을 읽지 못하였느냐 이러한 즉 이제 둘이 아니요 한 몸이니 그러므로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 하시니"(마태복음 19장 4-6절)
이 말씀을 통해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이미 인간을 창조하실 때부터 남자와 여자, 구별된 성으로 지으시고 영원히 지속되는 관계 속에서 한 몸으로 연합하여 살아가도록 계획하셨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계신다. 중요한 것은 혼인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뜻과 의지를 분명하게 밝혀 주셨다는 점이다.
(2) 모세의 율법이 이혼을 허용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죄 때문이다. 바리새인들은 다시 물었다. "그러하면 어찌하여 모세는 이혼 증서를 주어서 내어버리라 명하였나이까?"(마태복음 19장 7절) 이 물음에 대해 예수님은 "모세가 너희 마음의 완악함을 인하여 아내 내어버림을 허락하였거니와 본래는 그렇지 아니하니라."(8절)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수님이 이혼에 관한 모세의 율법을 인간의 타락과 죄에 결부시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갈라디아서 3장 19절에, 율법은 범법함을 인하여 더한 것이라고 나와 있듯이 다른 율법들과 마찬가지로 이혼에 관한 규례 또한 인간의 죄에서 기인한 것으로 말씀하신 것이다.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혼인의 영속성이란 하나님께서 이미 창조 때부터 정하신 그 분의 뜻이었다. 따라서 마태복음 19장 7-8절의 말씀을 하나님께서 이혼을 인정하지는 않으셨지만, 허용하실 수밖에 없었던 그 분의 뜻을 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즉 경우에 따라서는 혼인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이 오히려 부부 중 어느 한 쪽 혹은 두 사람 모두에게 불행을 가져올 수도 있으므로 자비의 하나님께서는 이를 긍휼히 여기시고 이혼을 묵허(默許)하셨다는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예수님께서도 분명 이와 같은 뜻으로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
위의 말씀에서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수님은 이혼에 관한 모세의 율법 중 어느 것 하나도 폐하지 않으셨다는 사실이다. 마태복음 19장 9절 말씀을 보면 예수님은 일단 이혼한 남자가 재혼하는 것을 간음으로 규정하셨음을 알 수 있다. (단, 아내의 부정으로 인한 이혼일 경우 재혼하더라도 간음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 말씀 어디에도 모세의 율법에 반하는 말은 찾아볼 수 없다. 예수님 자신이 율법의 완성이라고 말씀하신 바대로, 예수님께서는 결코 모세의 율법과 상치되는 주장을 펴신 적이 없었다.
(3) 누구든지 이혼한 후에 (간통, 음행과 같은 배우자의 부정으로 말미암아 이혼한 경우는 제외) 재혼하는 사람은 간음한 것이다. 관련 성구로는 마태복음 5장 32절, 19장 9절, 마가복음 10장 11-12절을 들 수 있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누구든지 음행한 연고 없이 아내를 버리면 이는 저로 간음하게 함이요 또 누구든지 버린 여자에게 장가 드는 자도 간음함이니라"(마태복음 5장 32절)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누구든지 음행한 연고 외에 아내를 내어 버리고 다른 데 장가 드는 자는 간음함이니라"(마태복음 19장 9절)
"누구든지 그 아내를 내어 버리고 다른 데 장가 드는 자는 본처에게 간음을 행함이요 또 아내가 남편을 버리고 다른 데로 시집가면 간음을 행함이니라"(마가복음 10장 11-12절)
"무릇 그 아내를 버리고 다른 데 장가 드는 자도 간음함이요 무릇 버리운 이에게 장가 드는 자도 간음함이니라"(누가복음 16장 18절)
위에 열거된 간음죄는 간음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다시 5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① 부정이 아닌 다른 이유로 아내와 이혼한 남자는 그 아내로 하여금 간음케 하는 자이다. (단 이혼당한 아내가 재혼했을 경우에만 간음죄가 성립되며, 이 경우 간음의 주체는 아내가 된다. )- 마태복음 5장 32절
② 부정이 아닌 다른 이유로 아내와 이혼하고 다른 여자와 혼인한 남자는 간음을 범한 것이다. - 마태복음 19장 9절, 누가복음 16장 19절
③ 남편과 이혼하고 다른 이와 혼인한 여자도 간음을 행한 것이 된다. 마가복음 10장 12절
④ 이혼당한 여자와 혼인한 남자도 간음죄를 저지른 것이다. - 마태복음 5장 32절, 누가복음 16장 18절
⑤ 아내와 이혼하고 다른 여자와 혼인한 남자는 그의 본처에게 간음을 행한 것이다. 마가복음 10장 11절
간음죄를 언급하고 있는 성구들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들 성구들이 모든 이혼과 재혼을 무조건 간음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는 데 있다. 예컨대 마태복음 19장 9절 말씀만 보더라도 배우자의 부정으로 인해 이혼이 성립된 경우에는 재혼을 하더라도 간음죄가 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즉 간음죄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학자들은 이 예외 규정이 마태복음에만 기술되어 있다는 이유로 이를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다만 성경이 기록되는 과정에서 수정 작업을 거치면서 추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그 동안 찬 반 양론이 분분했지만, 성경은 사람이 쓴 것이 아니요, 하나님께서 내려 주신 영감에 의해 쓰여진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일부 학자들의 그러한 견해는 성경의 가치를 지나치게 평가 절하하는 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마태복음 19장 9절 말씀은 보태거나 뺄 말이 있을 수 없는, 있는 그대로가 진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즉 그 구절은 간음죄가 성립되지 않는 일례(一例)로서 배우자의 부정 때문에 이혼한 사람이 재혼하는 경우를 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