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15분 이내에 잠들기 어렵거나, 수면 중 자주 깨어나는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된다면 불면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수면제나 수면 유도제에 의존하여 잠드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고, 오히려 부작용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만성 불면증 치료에 가장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방법은 ‘인지행동치료’입니다. 이는 잠에 대한 잘못된 습관과 사고방식을 교정함으로써 불면증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법입니다.
인지행동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수면위생’입니다. 수면위생이란 건강한 수면을 위해 지켜야 할 생활습관과 환경 조성 방법을 말합니다. 수면위생을 잘 실천하면 체내의 생체시계가 원활히 작동하여 수면제 없이도 불면증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일상생활 속에서 불면증을 극복할 수 있는 수면위생 10계명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불면증 극복하는법 5가지
1. 잠잘 수 있을까란 걱정 말기
만성 불면증을 앓는 사람들은 밤이 되면 ‘오늘도 잠을 못 자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강박적인 걱정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시켜 뇌를 각성시키고, 오히려 잠을 방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불면증 극복을 위해서는 잠드는 것에 대한 걱정을 멈추고, 이런 강박감을 부추기는 시계도 치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회사일, 시험, 학업 등의 고민거리를 되짚는 것도 숙면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아침에 규칙적으로 일어나기
우리의 수면-각성 주기는 뇌 속 생체시계에 의해 조절됩니다. 이 생체시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불면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서 분비가 중단되었다가, 약 15시간 후 다시 분비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전날 밤늦게 잠들었거나 주말이라 하더라도,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각에 기상하는 규칙적인 습관을 유지하면 밤에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규칙적인 기상 시간을 지키는 것은 생체시계를 안정화시켜 불면증 개선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3. 졸릴 때 바로 자기
불면증 극복을 위한 잘못된 조언 중 하나는 ‘기상 시각뿐만 아니라 취침 시각도 규칙적으로 유지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미리 정해두고 고수하려 하면, 오히려 입면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입면장애란 침대에 누워도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눈이 말똥말똥 해지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는 불면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불면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졸음이 올 때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4. 아침마다 30분 정도 햇볕 쬐기
햇빛은 우리 몸의 생체 리듬과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정상적인 기능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햇빛 노출을 통해 불면증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아침에 30분가량 햇볕을 쬐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아침 시간의 바쁜 일상 탓에 햇볕 쬐기를 소홀히 하기 쉽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상 시각을 10~20분 정도 앞당겨 여유를 갖거나, 출근 및 등교 시간을 활용해 의식적으로 햇볕을 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5. 낮잠은 20분 내로 해결하기
불면증으로 인해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낮 시간 동안 피로감과 졸음이 몰려올 수 있습니다. 밤잠을 위해 주간 졸림증을 억지로 참으면 업무나 학업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심한 경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불면증 극복을 위해서는 낮에 졸음이 쏟아질 때 20분 내외로 짧은 낮잠을 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낮잠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생체시계가 혼란을 겪어 오히려 불면증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6. 오후 5시 이후에는 카페인, 술 피하기
커피, 탄산음료, 홍차, 초콜릿 등에 다량 함유된 카페인은 각성 효과가 있어 잠을 쫓아냅니다. 카페인은 체내에서 수 시간 동안 작용할 수 있으므로, 오후 5시 이후에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술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술을 마시면 금세 잠들 수 있을지 몰라도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없어 자주 깨게 됩니다. 술은 수면의 질을 저하시켜 결과적으로 불면증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늦은 오후 시간 이후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7. 늦은 저녁 운동 피하기
불면증으로 고생할 때, 저녁 시간에 몸을 지치게 만들면 쉽게 잠들 수 있으리라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늦은 밤에 운동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죠. 그러나 야간 운동은 각성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촉진하여 오히려 잠을 멀리 달아나게 합니다.
불면증 극복을 위해 운동이 필요하다면, 잠자리에 들기 3~4시간 전에는 운동을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적절한 시간의 규칙적인 운동은 건강한 수면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8. 수면제 3주 이상 복용하지 않기
불면증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도 호전되지 않으면, 수면제와 수면 유도제에 의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향정신성 전문의약품으로, 3주 이상 장기 복용 시 내성과 약물 의존성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불면증의 근본적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 증상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의사의 처방에 따라 3주 이내의 단기간 동안만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주간의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불면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수면다원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맞춤 치료를 받는 것이 불면증 극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9. 저녁 식사 이후 실내조명은 어둡게 조성하기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저녁 식사 후부터 점진적으로 잠자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실내조명을 어둡게 하는 것입니다.
아침에는 밝은 빛을 쬐어 뇌를 활성화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저녁에는 조명을 낮춰 뇌가 밤이 되었음을 인지하게 해야 합니다. 어두운 환경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원활한 분비에도 기여합니다.
반대로 늦은 밤까지 실내를 밝게 유지하면, 뇌가 자극을 받아 각성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어 숙면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잠자리에 든 후에도 블루라이트를 방출하는 스마트폰이나 TV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10. 15분 내에 잠들지 못하면 잠자리에서 나오기
잠자리에 누운 지 15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억지로 누워있기보다는 일어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잠들기 위해 노력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불면증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과감히 침대에서 나와, 가벼운 독서를 하거나 명상을 하는 등 마음을 안정시키는 활동을 하다가 다시 졸음이 오면 잠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불면증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잠자리에 대한 부정적 연상을 줄이고, 편안한 마음으로 수면에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며
불면증은 단순히 수면 부족을 넘어서 일상생활과 삶의 질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수면 장애를 약물 치료에 의존하기 전에, 일상에서의 습관 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면위생 10계명에서 알려드린 것처럼, 규칙적인 기상 시간, 적절한 햇빛 노출,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 제한, 늦은 저녁 운동 자제 등의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잠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불면증 극복의 핵심입니다.
물론,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면증이 지속된다면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수면다원검사 등을 통해 불면증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비약물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불면증으로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오늘부터 작은 생활습관의 변화를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규칙적이고 건강한 수면습관은 단순히 불면증 극복을 넘어,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요.